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장재구 회장은 7일 한국일보 창간 59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일보를 아껴주시는 애독자와 광고주께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부터 창간 60주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 새로운 한국일보를 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는 5월 2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성 편집국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인사위를 마치고 나온 장재구 회장(사진 가운데)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제공)

4월 29일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는 한국일보 사옥 매각 과정에서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재구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뒤 기자회견, 집회 등을 통해 장재구 회장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이 노사간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장재구 회장이 창간 기념일을 앞두고 '중대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져 한국일보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결국 장재구 회장이 '원칙대응'을 선택함에 따라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한국일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념사에서 장 회장은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사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 필요시 개별 면담을 하여 의견을 듣겠다"며 "편집국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면담 후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한국일보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다. 약초일수록 잘 가꿔야 한다"며 "방치하면 잡초나 독초로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일나무에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한 것이며 과일 나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라며 "오늘의 위기를 기회삼아 순수한 뜻을 가진 사원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한국일보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본인 신상에 관한 문제는 법적인 문제 때문에 오늘 설명을 드릴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며 기념사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기념사를 놓고, 한국일보 내부에서는 장재구 회장이 '강경대응'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으로 제기된다.

한 기자는 "회장이 중대 발표를 한다길래, 200억원을 회사에 돌려놓는다든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다. 회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강경대응을 암시한 것 같다"며 "(장 회장이) 노조 대표와 만나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직원들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노조와 협상이나 타협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처음과 달리, 노조의 요구사항이 점점 많아져서 회사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이계성 국장 직대가 중재 중인데, 만약 중재가 잘 안풀린다면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협상이 잘돼서 한국일보가 빨리 안정화돼야 하는데, (노사의) 생각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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