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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2’, 네 개의 이야기 중 공포의 정점 선보인 에피소드 ‘탈출’[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3.06.07 10:37
<무서운 이야기2>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444’로 시작해서 ‘탈출’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다시 ‘444’로 마무리하는 수미상관 기법으로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는다. ‘444’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의 밀도 및 재미는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한층 높아진다.
 
이 중 맨 마지막에 배치된 에피소드 ‘탈출’은 <기담>을 통해 한국 공포의 새로운 장을 연  정범식 간독이 선보이는 작품으로 <무서운 이야기2>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우선 캐릭터의 이름부터가 매우 독특하다. 
 
   
 
보통의 이름이 아니라 고병신(고경표 분)과 사탄희(김지원 분)다. <SNL 코리아>의 콩트 ‘위켄드 업데이트’로 인기를 끌었던 고경표는 교생 실습 첫날부터 여고생들의 장난 때문에 바지가 훌러덩 벗겨지고 엉덩이가 노출되는 19금 사고를 당한다. 현실에선 블링블링하게 빛나는 김지원 역시 영화를 위해 눈썹을 밀고 사탄 숭배에 푹 빠진 여고생 연기를 감행하니, 그 이름도 기가 막힌 사탄희란다. 이름 그대로 사탄의 여자가 되니, 작명 센스 자체가 키치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작명만 키치스러운 게 아니다. ‘탈출’은 키치와 공포가 하나로 융합된 에피소드다. 고병신이 여고생들 앞에서 하의가 벗겨지는 수모 등 호구 취급당한다는 건 학교 현실에서 벌어지는 교권 추락을 19금 코미디로 표현한 은유다.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에서 약간은 모자란 듯한 고경표의 훈남 이미지를, 영화는 교실에서 깡그리 망가져 현실을 죽도록 도피하고 싶은 교생 고병신의 이미지를 잘 생긴 남자의 망가짐이라는 키치적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제자 사탄희의 도움을 받아 고병신이 현실에서 탈출하여 다른 세계에 진입한다한들 그 세계 또한 순탄하지만은 않다. 날름거리는 구더기를 식사로 먹어야 하고, 혀를 손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기괴한 가족들이 기다리는 또 다른 세상은, 고병신이 아랫도리가 훌러덩 벗겨져서 여고생들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한 현실 세계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지금의 청소년은 교실을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더라도 집이 더 이상 만족만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탈출’이라는 키치적인 공포로 풀어가고 있다. 가족이 서로를 품어주지 못하거나 혹은 소통이 단절된 현대 가족의 자화상을, ‘탈출’은 고병신이 현실에서 탈출한 장소가 학교보다 끔찍한 집이라는 공포로 풀어가고 있었다. 
 
<금 나와라 뚝딱>의 박순상(한진희 분) 일가가 장덕희(이혜숙 분)로 말미암아 볼썽사나운 가족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 역시 가화만사성의 신화를 공포로 통렬하게 해체하고 있다. 죽기보다 싫은 학교라는 지옥을 빠져나왔더니 학교보다 더 끔찍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 뒤에는 교권 추락과 가족의 해체가 섬뜩하게 묘사되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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