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가들이 ‘언소주 사건’ 판결에 법리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헌법상으로 보장된 소비자 불매운동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형법의 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등 판결에 여러 가지 무리가 따랐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14일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운동을 벌이다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언소주 개설자 이태봉 씨 등 카페회원 15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파기 환송했다.

이는 “광고주들에게 지속적·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항의글을 게시하고 광고 중단을 압박한 행위가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을 수긍한 것이다.

▲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권중심 사람에서 ‘소비자 운동과 표현의 자유, 언소주 유죄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었다. ⓒ미디어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권중심 사람에서 ‘소비자 운동과 표현의 자유, 언소주 유죄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포럼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해당 사건의 제1, 2심 판결 내용을 돌아보며 그 문제점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조국 서울대 교수는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대법원 판결에서 소비자 보호운동의 내용으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들어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국 교수는 “2013년 대법원은 ‘일반 시민들이 특정한 사회, 경제적 또는 정치적 대의나 가치를 주장·옹호하거나 이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벌이는 소비자 불매운동도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자체는 인정했다”며 “소비자 불매운동은 ‘헌법 제124조를 통해 제도로서 보장된다’고 하며 제도보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1, 2심 판결에서는 언론사 불구독 운동이나 언론사 광고주에 대한 불매 운동이 구독이나 광고 게재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는 입장을 밝힌다”면서도 “인터넷에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를 기초로 집단적으로 전화를 걸 수 없다는 데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즉,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집단적 전화걸기’를 넘어선 ‘집단적 괴롭히기’ 또는 ‘집단적 공격’이며, 이것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법원 판결이 문제시되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집단적 전화걸기를 통한 세의 과시, 광고 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은 겁박은 제3자 대상 소비자 불매운동의 전형적 방식”이라며 “소비자의 권리로 신문사를 포함한 문제 기업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헌법이 허용하는데도 이를 ‘불허’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은 소비자 불매운동이라는 합헌적 ‘위력’ 사용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 불매운동은 애초에 업무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며 “소비자 불매운동에서 사용되는 집단적 괴롭히기나 공격을 ‘위력’으로 포섭해 처벌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보장하고 소비자운동의 권리를 무력화하는 ‘과잉 친기업’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언소주 사건의 대리인을 맡았던 김정진 변호사 또한 “소비자운동이나 사회운동이 그동안 사용한 항의전화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이러한 논리로는 SNS나 다른 수단을 사용한 방법도 똑같이 성공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언소주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고 기업독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나아가 사회적 특권층을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감쌀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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