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말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의 ‘말의 잔치’란 만난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으로 현실 가능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그가 언론인,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그의 정치적 언행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상파방송 관계자를 만나서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고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를 만나서는 선거방송광고 허용을 이야기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에게는 8VSB 송출 방식 허용, KBS에 출연해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 하는 등 만나는 각각의 사업자가 원하는 내용을 미리 숙지해 선심 쓰듯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입에 방송·미디어계 시선이 주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말로 단박에 시선을 끌어내는 그는 역시 정치인 출신이다.
그의 ‘말의 잔치’와 관련해 혹자는 강화고등학교에서 유세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강화고등학교 출신으로 강화도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이었다. 따라서 그가 강화고 유세 때 유권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게 뻔하다. 정치인은 공언한다며 빈말을 남발하는데 당시의 습관이 아직까지 몸에 배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없어진 유세의 강렬한 기억이라고 해두자.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 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종편 구미에 맞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허가도 받지 않고 신고만 하는 일반PP가 보도와 관련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프로그램도 진행해선 안 된다는 게 기준”이라며 “여론 형성과 정치적 영향, 선거에 영향을 주는 일체의 프로그램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조중동 종편은 상당한 실익을 챙기는 게 된다. 누구에 대한 제재가 경쟁자에게 규제 완화 또는 특혜가 될 수 있는 게 현 방송시장의 구조다. 케이블방송 태동의 1등 공신이라고 자처하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대놓고 종편 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종편을 위해 케이블방송PP를 사지로 내몰겠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