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부가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에 대한 장관고시 관보 게재를 강행한 가운데, 정부의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동안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정부의 고시 강행을 기점으로 다시 격화되었으며 곳곳에서 경찰과 시민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경찰은 25일 낮부터 26일 밤까지 모두 130여명 이상을 연행했고 대치 상황에서 150여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는가 하면 심지어 초등학생과 국회의원도 연행했다. 또 밤새 벌어진 격한 충돌 과정에서 한 시민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시 격해진 시위를 놓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경찰 간의 책임 공방이 뜨겁다. KBS와 SBS는 격해진 시위와 강제 진압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책회의와 경찰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MBC는 이마저도 보도하지 않은 채 밤새 벌어진 격한 대치 상황만을 전했다.

KBS, 격해진 시위 두고 공방 벌이고 있는 대책회의와 경찰 의견 함께 전해

▲ 6월 26일 KBS <뉴스9>.
먼저 26일 KBS <뉴스9>는 ''과잉 진압' 논란'에서 "격렬했던 밤새 충돌 이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며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도 시민단체 대표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어 "경찰의 과잉 진압이 본격화됐고, 정부가 이른바 신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전한 뒤 "시위대가 불법을 저질러 물리력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경찰 입장을 뒤이어 전했다.

SBS, 대책회의·경찰 주장 별도 리포트로 구성

▲ 6월 26일 SBS <8뉴스>.
SBS <8뉴스>는 대책회의와 경찰의 주장을 각각 별도의 리포트로 구성해 어떤 이견을 보이고 있는지 보도했다.

SBS는 "과잉 진압"에서 "경찰이 현행 집시법과 물대포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대책회의의 입장을 전한 뒤 뒤이은 "허용 한계 넘었다"를 통해 "경찰이 어제(25일)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것은 갑자기 방침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시위대가 전경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KBS와 SBS가 시위대와 경찰 간의 상반된 주장을 비교적 소상히 전한 것과는 달리 MBC <뉴스데스크>는 '충돌...130명 연행'을 통해 격한 대치 상황만을 조명해 그간의 보도를 무색하게 했다.

시민들의 시위는 정부의 일방적인 고시 강행에 반발하며 격해지고 있고 경찰은 이런 시위대를 엄벌하겠다는 강경 방침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방송 3사는 정부의 고시 강행에 반발하는 시위대와 이런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는 경찰 사이의 격하게 벌어진 대치 상황만을 보도하는데 주력했다. 물론 격해진 시위를 바라보는 대책회의와 경찰 간의 주장을 각각 전하기는 했지만, 최근 격하게 충돌을 빚고 있는 촛불시위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도하지 않았다. 즉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시위가 왜 고시 강행을 기점으로 다시 격하게 되었는지'를 조명하지 않았다.

방송 3사, 수입위생조건이 갖는 문제점 지적 안해

▲ 6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격해지고 있는 시위의 주요한 원인인 정부의 고시 강행, 그렇다면 방송 3사는 이를 제대로 보도했을까?

방송 3사는 '발효…검역 재개' '검역시작' '사실상 검역시작'를 통해 일제히 보도했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수정안이 관보에 게재됐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관보에 게재된 수입위생조건 자체의 문제점을 분석하거나 관보 게재 과정에서 드러난 치명적 실수에 대해선 함묵했다.

오늘자(27일) 경향신문 5면에 실린 <헷갈린 표기·엇갈린 수의사 규정 '졸속 또 졸속'>은 시민들이 왜 정부의 고시 강행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향은 "정부가 수입위생조건에 광우병 오염방지를 위해 분리 취급해야 하는 고기를 한글로는 '기계적 회수육'으로, 영문으로는 'MSM'(기계적 분리육)으로 표기한 것은 검역기준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수입위생조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경향신문 6월 27일자 5면 <헷갈린 표기·엇갈린 수의사 규정 '졸속 또 졸속'>
경향은 또 "미국 도축장에는 농무부 수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데도 수입위생조건에 '수의사를 상주시켜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입위생조건에 중대한 오류가 있고 이를 게재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큰 실수를 범했음에도 방송 3사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고 격해진 시위 양상만을 부각시켰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채찍으로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숱하게 지적한 방송 3사. 그러나 고시 관보 게재 이후, 일방적 현장 중계식의 보도는 벌써 촛불의 민심을 잊은 듯 하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데 소홀한 방송 3사, 그들의 뜨뜻미지근한 보도가 우려스럽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