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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 서’, 강치와 여울이 넘어서야 하는 선대의 그림자[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3.05.29 14:48

<구가의 서>는 앞선 세대의 비극이 후대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최강치(이승기 분)는 구미호의 아들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16화에서 최강치가 저잣거리에서 구미호의 아들이라는 것이 궁금한 이들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했을 때 저잣거리 거의 모든 이들이 손을 들었다는 건, 대놓고 말은 하지 않더라도 최강치의 정체를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선대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담여울(미쓰에이 배수지 분) 역시 100%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아버지 담평준(조성하 분)이 남자친구의 원수라는 사실은 마냥 해맑아 보이는 담여울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하다. 담평준이 최강치의 아버지 구월령(최진혁 분)을 죽였다는 사실을 최강치가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담여울과 최강치의 애정전선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치와 담여울 두 남녀에게 드리운 선대의 그림자는 비단 최강치의 핏줄이 100%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과, 아버지 담평준이 최강치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고 이들 주위를 맴돌고 있다. 구월령은 천년악귀가 되어 아들 최강치에게 사람을 믿지 말라 종용하고, 최강치의 어머니 윤서화(이연희 분)는 자홍명(윤세아 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선대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모자라 선대의 인물들이 다시 살아나거나 모습을 드러냄으로 아들 세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자홍명이 박태서(유연석 분)에게 백년객관을 되찾을 조건을 제시하는 건 아들 최강치에게 해를 입히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관웅(이성재 분)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아들 최강치에게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천년악귀가 된 아버지로선 입장이 다르다.

만일 아버지 천년악귀의 권고를 따른다면 담여울과의 사랑, 인간이 되고자 한 그동안의 최강치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 둘을 지키려면 아버지인 천년악귀와 맞서야만 하니 아들이 아버지와 맞서야 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노골화되는 셈이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떨쳐내야 하는 이는 최강치 뿐만이 아니다. 담여울 역시 아버지 담평준이 무고한 구월령을 죽인 것에 대한 그림자를 최강치에게 밝히고 아버지의 과오를 용서받거나 혹은 이해받아야 하는 입장에 직면했다. 아버지와 노골적으로 맞서야 하는 최강치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는 비견할 바가 되지 않으나 담여울 역시 아버지의 과오와 맞서야 하는 변형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맞닥뜨려야 한다.

담여울과 최강치는 사랑으로 묶임과 동시에 선대와 얽힌 악연을 풀어야 하는 운명의 길을 걸어야 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이들 두 남녀의 사랑은 선대의 그림자의 지배를 받거나 속박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온전한 사랑을 성취하고자 한다면 아버지 구월령과 대적해야 하는 최강치, 아버지 담평준의 죄과를 연인에게 용서받아야 하는 담여울의 사랑이 애달픈 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넘어서야 하는 운명 때문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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