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다시 한 번 영화로 탄생됐습니다. 1920년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로 불리는 이 작품은 만화,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지며 많은 이들이 현재도 사랑하는 문학작품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현실을 가장 잘 담고 있다는 이 작품은 바즈 루어만에 의해 조금은 가볍지만 색다르게 재탄생되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오르게 하는 바즈 루어만식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원작을 영화화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원작의 틀 속을 넘어서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는 그래서 쉽게 다가서기 쉽지 않습니다.

1974년 잭 클레이톤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우라는 당대 최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유명했습니다. 이 작품이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면, 바즈 루어만의 이번 작품은 원작보다는 루어만 스타일로 봐야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특징과 재미를 완벽하게 잡아낸 이 작품으로 바즈 루어만은 최고의 뮤지컬 감독으로 자리매김 시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 <오스트레일리아>는 장엄한 대서사시와 같은 영화였습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지만 루어만 특유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바즈 루어만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위대한 개츠비>를 재미있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라기보다는 루어만 특유의 감각으로 원작의 핵심을 살려내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에 의해 진행됩니다. 캐러웨이가 자신이 만났던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글을 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증권사에 취직한 캐러웨이는 개츠비의 거대한 성 옆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매일 엄청난 파티를 여는 그 거대한 성에 초청받은 캐러웨이. 하지만 누구나 올 수 있는 그 파티에 유일하게 홀로 초대장을 받은 캐러웨이는 개츠비에 의해 선택된 존재였습니다. 그 화려한 파티에 참석한 수많은 이들은 개츠비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개츠비에 대한 수많은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첫 대면을 한 캐러웨이와 개츠비는 이내 가까운 친구가 됩니다.

옥스포드를 졸업한 뼈대 깊은 가문의 개츠비는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호였습니다. 거대한 성주에 걸맞은 빼어난 외모까지 가진 개츠비는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이 남자가 이런 성대한 파티를 매일 여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개츠비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캐리 멀리건)과 재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강 건너 거대한 성에 살고 있는 데이지가 우연히라도 자신이 개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줄 것을 기대하며 매일 성대한 파티를 열었지만, 데이지는 단 한 번도 개츠비를 찾지 않았습니다. 오직 데이지와의 재회를 위한 파티에 답이 없자 그는 캐러웨이를 통해 데이지를 만나려 합니다.

데이지의 사촌인 캐러웨이를 통해 그의 집에 초대하는 방식으로 개츠비는 데이지와의 재회를 꿈꿉니다. 오직 데이지와 재회하기 위해 매일 커다란 파티를 개최했던 그로선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과거 데이지의 연인이었던 개츠비, 가난하고 전쟁까지 발발한 상황에서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데이지는 갑부 톰(조엘 에저트)와 결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바람둥이 남편으로 결혼 생활이 지겨워진 데이지에게 과거 연인과의 만남은 특별한 감흥으로 다가왔습니다. 가난했던 개츠비가 거대한 성을 소유한 갑부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이 데이지에게는 더욱 반가웠습니다.

데이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현재까지 온 개츠비는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되찾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데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개츠비의 사랑을 우롱할 뿐이었습니다.

도덕적 해이와 불법이 난무하며, 재즈가 유행하던 1920년대 미국은 역사상 가장 크고 화려한 부자들의 세상이었습니다. 타락한 도덕이 지배하는 시대 모든 것을 가진 부자들은 캐러웨이의 눈에는 모두 동일한 존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탐욕에만 집착하는 그들 틈 속에, 동일한 부르조아처럼 보이는 개츠비가 위대한 존재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개츠비는 오직 사랑을 위해 이 자리까지 올라섰습니다. 타락한 부르조아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개츠비였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다른 타락한 이들과 달리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한 개츠비를 '위대한' 존재로 인정한 캐러웨이의 마음에 아마도 관객 역시 동의했을 듯합니다.

바즈 루어만 특유의 화려하고 유쾌함은 거대한 파티 장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화려한 재즈 음악에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장면들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모습들로 다가왔습니다. 1920년대를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루어만만의 능력은 <위대한 개츠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던 바즈 루어만의 새로운 변주와 유사합니다. 아픈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선택했던 고전 걸작의 연속성 속에 <위대한 개츠비>가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17년 만에 재회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개츠비가 되어 보다 섬세하고 담담한 연기를 매력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오직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정과 환상만을 가지고 살아왔던 개츠비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디카프리오의 현재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고전 원작을 완벽하게 현대적 감성으로 만들어낸 바즈 루어만은 역시 흥미로운 감독이었습니다. 위대한 원작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도 바즈 루어만의 <위대한 개츠비>는 흥미로웠습니다.

'세상은 영화로 표현되고 영화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그 영화 속 세상 이야기. 세상은 곧 영화가 될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에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소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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