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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의 고질병 혹은 불치병, ‘출생의 비밀’[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3.05.24 11:31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 3대 고질병, 아니 불치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한 진부한 소재가 있다. 기억상실과 불치병,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라는 3가지 소재는 사골 곰탕처럼 우려먹어도 끝없이 애용되는 진부한 소재다.

   
 
출생의 비밀은 일찍이 주말드라마에서 우려먹던 소재다. <최고다 이순신> 역시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로 포문을 열었다. 김정애(고두심 분)의 막내딸 이순신(아이유 분)은 두 언니들과는 달리 업둥이다.

김정애가 누군가에게 버려진 이순신을 막내딸로 키워왔는데 얼마 전 송미령(이미숙 분)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송미령은 이순신이 자신이 젊은 날에 버린 딸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이순신의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구박하다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고는 큰 충격에 빠진다. 예고편을 보면 이순신이 자기 딸이라는 걸 알게 된 송미령이 김정애에게 이순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금 나와라 뚝딱>은 유나(한지혜 분)와 여주인공 몽희(한지혜 분)가 일란성 쌍둥이처럼 생김새가 판박이다. 사라진 아내 유나를 대신하여 유나 행세를 하는 몽희에게 현수(연정훈 분)는 몽희가 자신의 사라진 아내와 똑같다고 이야기하고는 유나의 사진을 보여준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유나의 사진을 현수의 집에서 본 몽희는 어머니 심덕(최명길 분)에게 "혹시 나 주워왔어?"라고 묻는다. 심덕은 순간 멈칫하다가 주워온 것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아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 나와라 뚝딱> 역시 출생의 비밀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주말드라마에서 판을 치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진부한 소재가 수목드라마에게까지 전염되고 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이창희(김성오 분)와 이재희(연우진 분)는 형제라는 설정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창희의 편지를 보면 동생인 재희가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밝히고 있다. "제가 재희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재희는 제 친동생이 아니다. 제가 적은 말은 모두 진실이다"라는 건 <남자가 사랑할 때>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재희가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창희가 세상을 떠남으로 재희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사라지게 된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노민영(이민정 분)은 언니를 죽인 범인을 고대룡(천호진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대룡의 아들이 알고 보니 자신의 연인 김수영(신하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까지 전개된 내용만 따져보면 고대룡이 노민영의 언니를 정말로 살해하였는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는 고대룡의 대사 가운데 나타나 있다. "진실은 나도 모른다. 내가 죽였다고 하는 게 네게 도움이 된다면 그런 거고 아닌 것이면 아닌 거다" 정치 연애 드라마 가운데서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드라마의 해외수출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드라마 한류에 냉각 기류가 흐르게 되었기 때문인데, 진부한 소재의 반복이 한류를 냉각사키는 일등 공신 중 하나였다면 과장일까?

올해 들어 막장드라마와 출생의 비밀 같은 뻔한 소재들이 난무한다는 건 드라마의 질을 향상시키기 이전에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작가들의 안쓰러운 심폐소생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억상실도 모자라 이제는 출생의 비밀까지 네 개의 드라마에서 판을 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드라마의 안쓰러운 현실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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