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세금환급 소송과 관련해 지난달 배임 의혹으로 고발된 KBS 정연주 사장측이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검찰 소환에는 응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또한 "KBS와 국세청이 법원의 조정 권고에 의해 세무 분쟁을 해결한 것은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배임이라는 형사상 소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연주 사장 고발 사건의 변론을 위임받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인단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에 대한 정치적 외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검찰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수사 진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정연주 KBS 사장 ⓒKBS
조준희, 백승헌, 김기중, 송호창, 한명옥씨 등 민변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파악하려면 KBS 실무자들 외에도 조정안을 제시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조정안에 응한 국세청장, 조정안을 승인한 서울고등검찰청장 등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단계에서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담보해야 하는 KBS 사장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소환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참고인과 관련 자료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먼저 이뤄진 다음 서면조사 등을 통해 소명을 받은 후 정 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공영방송의 사장을 바로 소환한 것과 이틀과 일주일의 시한을 두고 3차 까지 소환 통보를 한 것에 대해 "매우 조급하고 적정하지 않다"면서 검찰의 신중한 수사 진행을 거듭 촉구했다.

'선행 조사가 이뤄진다면 소환에 응하겠냐'는 질문에는 "검찰이 충분한 사전조사를 했다면 소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고발 사실에 대한 법적 검토를 벌인 결과, "정당한 절차이자 KBS에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서울고등법원이 조정권고하고 KBS와 과세관청이 수락한 조정안은 매우 합리적이었고, 정 사장의 조정안 수락은 '적법한 경영상 판단'으로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S가 조정안을 수용하기까지 실무회의를 통한 의견 수렴, 법무법인의 법률자문, 이사회 보고, KBS 감사의 일상 감사, KBS 경영회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 사장이 재정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무리한 조정으로 KBS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다"며 "세금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2004년부터 2005년은 법인세 환급금을 제외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이 흑자였기 때문에 재정 적자를 걱정할 시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26일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사장의 배임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박은석 부장검사)는 정 사장이 끝내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달 KBS 전 법무팀 직원이 "2005년 KBS 세금환급 소송 당시 승소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사장직 유지를 위해 정 사장이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2875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정연주 사장을 형사고발하면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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