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간베스트 저장소' 캡쳐 화면.

민주당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둘러싸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베’의 혐오 게시물이 용인 가능한 정도를 넘어섰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일베’에 대한 제재가 표현의 자유 일반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딪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미디어홍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의원은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삼아 ‘일베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적으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얘기까지 뒤집어엎는 단계까지 와서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의원은 70년대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에서 촉발된 ‘혐오 언론’과 90년대 ‘정치적 올바름’ 논란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근거는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무한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언론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수정헌법이 있는 나라”라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자유를 인정할 정도로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최소한의 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법과 판례가 일관되게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 군사기밀, 개인의 명예훼손, 음란물 등이 ‘최소한의 기본’에 해당한다.

신 의원은 또한 “보호받을 수 있는 언사와 보호받을 수 없는 언사는 구분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협박죄를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의 오병일 활동가는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논리상으로는 맞지만 ‘표현을 굳이 법으로 판별하기를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경직된 대응”이라며 “‘일베’ 게시물이 불편한 표현물이지만 그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매운동을 하는 것 등이 더 건강한 대응 방식”이라고 밝혔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sungsooh)을 통해 “‘일베’를 잡는다고 명예훼손·모욕죄를 적용하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 일반을 축소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독일식 선동죄나 소수자 차별문제로 접근하는 게 합당하다. 새로운 법을 제정할지 여부와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증오·혐오 표현이 소수자에 대한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차별인 경우 차별시정기구의 시정권고의 형태로 규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전했다. 이 경우 악의적인 시정 불이행과 증오·혐오 표현이 반복되면 차별시정기구가 직접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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