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금융자회사인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지난 5월말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4월 3일 공정위원회가 발표한 ‘2008년도 출자총액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 따르면 CJ그룹의 자산총액은 10.3조원이다.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이 매각됨에 따라 CJ그룹의 자산 총액이 10조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산 규모 10조원 이하로 떨어진 CJ그룹이 진출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꼽는다면 우선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등의 방송여론시장을 거론할 수 있다. 대기업의 여론시장 진출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금해온 사안이지만 빗장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5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방송통신위원회에 공개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정은경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 등 대기업의 여론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IPTV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이번 IPTV시행령 제정에서 보도, 종합편성, 채널사용 사업이 금지된 대기업 기준을 방송법에서 정한 기준 '3조원 이상'보다 세배나 높은 '10조원 이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IPTV 시행령의 대기업 기준 완화보다 먼저 추진된 것이 방송법의 대기업 기준 완화이다. IPTV사업법은 방송법을 준용해 만들어졌으며 동일한 기준 적용에 따라 방송법에선 확대된 형태로 지상파방송까지 포함되는 대기업 기준 완화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4월 4일 공정위가 발표한 자산총액 기준에 따르면 자산총액 3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모두 58개이고 이중 10조원 이상이 23개이다. 결국 '3조원 이상' 기준이 '10조원 이상'으로 변경되면 35개에 달한 대기업이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자산총액 '3조원 이상, 10조원 이하'의 대기업에는 3.8조원의 태광산업과 5.6조원의 현대백화점이 포진해있다. 여기에 계열사 매각에 따라 9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CJ그룹도 있다. 이들 기업 모두는 방송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으로 대표적인 MSP로 꼽힌다.

이들 대기업은 IPTV시행령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다수의 종합유선방송사업(SO)과 채널사용사업(PP)에 이어 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여론 형성과 전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영역에서 대기업 진출이 발생시키는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거대 MSP의 지상파, 종편PP, 보도전문채널 진출 허용은 '방송재벌을 양산하며 방송 산업의 왜곡과 경제력 독점은 더욱 공고해 진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대기업의 여론시장 진출 확대가 과연 바람직한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5일 성명을 통해 "이윤추구가 목적인 상업권력은 언제든 보도 권력을 이용하여 시장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리사회가 이러한 염려를 불식시킬 만한 명백한 미디어환경과 관련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대기업 상업권력에 방송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방송법에서 대기업이 지상파방송,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의 소유, 겸영을 금지한 것은 기업이 방송 소비자의 이익보다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여론과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대기업의 여론시장 진출 완화 움직임에 대해 정작 대기업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발행하는 <UMedia Journal>은 최근호에서 "한국농촌공사, 부산항만공사 같은 공기업을 빼고, 방송사업 진출에 전혀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들을 제외하면 방송진출 가능성을 언급할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방통위가 지상파방송, 보도전문편성채널, 종합편성채널 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지만 방송에 진출한 기업은 많지 않다"고 단정하고 나선 배경이 언론계에서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포화상태에 이른 현재의 방송시장을 고려한 판단일 수 있지만 내심은 다른 데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신문방송교차소유, 겸영허용'의 첫 단추로 대기업 방송여론시장 진출 확대를 꼽고 있다. 조선일보의 지적대로라면 방송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에 문호를 열었지만 대기업이 마다하고 있다는 얘기. 그럼 정작 들어올 곳은 조선일보라는 얘기다. 현재 조중동 만큼 '신문방송교차소유, 겸영허용'으로 대표되는 방송시장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없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중론이다.

또한 현재 촛불집회 국면에서도 드러났듯이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 확대와 더 나아가 조중동의 방송시장 진출은 이명박 정부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손해날 사안이 아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는 '대기업의 방송여론시장 진출 확대'에 방송 장악이라는 연결고리가 걸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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