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뜨거워지는 여름 햇볕 아래에서 80여 일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단체인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회원들이다.

회사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가는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정도까지, 이들은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의 미디어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인수위원회, 한나라당, 국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다 지난 4월부터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시민들, 촛불정국 이후부터 '1인 시위'에 더 관심"

▲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25일 오후, 1인 시위현장에서 만난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70일 정도까지는 내가 했는데 이후부터는 단체 활동가들이 번갈아가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며 "그래도 촛불정국 이후부터는 시민들이 1인 시위에 좀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린 초등학생들도 와서 '왜 시위를 하는지 알고 싶다'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 미디어정책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일단 과거와 기조 자체가 다르다. 경쟁과 산업진흥의 논리로 소외계층의 미디어권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인 시위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김씨는 "인수위때 장애인들이 인수위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전혀 하지 않더라. 인수위 쪽에 문제제기를 하고 공문을 보내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항의를 해도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며 "과거 정부들이 장애인을 특별히 잘 배려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는 특히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1인 시위를 통해 주장하는 것은 △IPTV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보장 △소외계층의 정보통신 정책 일원화 △공영방송 민영화 반대 등이다.

"IPTV에 '장애인'은 없다"

김씨는 "방통융합을 대표하는 IPTV 논의에 '장애인'은 빠져있다"면서 "IPTV 사업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진정으로 소외계층의 미디어권을 보장할 생각이 있다면 IPTV에 장애인 접근권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방통위의 소외계층 미디어 정책에 대해 김씨는 "친기업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방통위는 자막수신기 보급과 자막방송 확대 등 지상파방송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DMB, IPTV 등 상업방송에 대한 정책은 손도 대지 않고 있는데 장애인들에게는 상업방송을 볼 권리가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회원인 황신구(청각장애인)씨가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25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곽상아
그는 "자막, 수화 방송의 확대를 위해 방송발전기금을 지상파방송에 지원하면서도 상업방송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은 통제가 쉬운 지상파 방송만을 규제하여 생색을 내겠다는 것"이라면서 "방통위는 촛불로 달아오른 민심을 달래는 정책만 궁리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현실적인 방송통신 정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자유·독립 보장 안되면 소외계층 미디어권도 바로 안 선다"

김씨는 "현재 행정안전부와 방통위, 이 두 곳에서 방송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너무 비효율적이다. 이들의 손발이 맞지 않을 경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장애인들"이라며 "이 문제는 방통위가 의지만 갖고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방통위가 소외계층의 방송통신 정책에 진정으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정보소외계층 정책을 방통위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씨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소외계층의 미디어권도 바로 설수 없다"며 "정부의 언론 통제, 공영방송 민영화 방침에 대해서도 우리(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