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서 특정 소재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요즘 한국영화에선 사적 복수가 눈에 많이 띈다. 공권력이 집행하는 형량이 국민 정서와 차이가 나는 현상을 스크린이 반영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실제 법 집행에 의한 형량의 가벼움을 사적인 복수로 갚고자 하는 경향이 한국영화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몽타주>에서 딸을 잃은 하경(엄정화 분)이 딸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 나선다는 설정 역시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처벌을 개인이 감당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으며, 공권력에 범인의 응징을 맡기지 못한다는 맥락으로 본다면 <공정사회>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 가운데 어린이라는, 가장 보호받아야 마땅하거나 혹은 가장 취약한 계층이 영화 속 사적 복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희생되거나 소모되고 있다. 오월 가정의 달이 무색할 만큼 스크린에서는 어린이가 범죄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굳이 어린이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면 사적 복수가 성사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몽타주>를 보면서 <공정사회>와 겹쳐 떨쳐지지 않는다. 한국영화 속 어린이 수난사는 <몽타주>에서도 이어지고 있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