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섭 교수 해임은 KBS장악을 위한 수순 밟기다 -

신태섭 KBS이사가 결국 동의대에서 해임됐다. 동의대 측은 몇 가지 학규위반을 해임사유로 들고 있지만 핑계일 뿐이다. 이번 해임은 누가 봐도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의대는 즉각 징계를 철회하고 대학 자율권 및 교권 수호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 정부 들어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돼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을 비롯하여 감사원의 KBS표적감사, KBS외주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검찰의 정연주 사장 소환 등 KBS에 대한 ‘5공식 언론장악 시도’가 계속됐다.

오늘 동의대의 신태섭 교수 해임 역시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의 일부이다. 신태섭 교수는 정연주 KBS사장 해임에 반대 입장을 보여 온 인사로 정권교체 후 지속적으로 KBS이사직 사퇴를 종용받아 왔다. 신태섭 이사가 사퇴할 경우 이사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원회가 친 한나라당 인사를 추천해 KBS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얄팍한 계산이다. 물론, 다음 절차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과 낙하산 사장의 선임, KBS장악이 될 것이 뻔하다.

지난 2년 가까이 KBS이사직을 수행해온 신 교수에 대해 동의대가 갑자기 문제를 삼아 사퇴를 종용하고, 결국 오늘 해임결정을 내린 것은 정부의 강력한 외압에 따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미 지난 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신 교수의 소속 대학인 동의대에 ‘감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신 교수를 KBS이사에서 사퇴시키지 못할 경우 교육과학기술부를 통해 감사를 진행하겠다’며 동의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압력을 적극 수용한 동의대의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일, 동의대가 이번 조치를 통해 권력과의 유착을 도모하고 나아가 정권의 시혜를 누리려 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런 구시대적 발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동의대는 지금이라도 즉각 잘못된 결정을 철회하고, 학교자율권과 자주권을 수호하는 대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공영방송을 지지하는 대중과 함께 할 것인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될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다시 한 번 정부에 경고한다. KBS장악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정권의 사사로운 도구가 될 수 없다. 공영방송 장악시도는 정권몰락의 재앙적 사태를 불러올 뿐이다. 허튼 수작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지지율을 회복하는 길이다. 지금 수많은 대중의 눈초리가 공영방송을 향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8년 6월 2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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