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이 귀국 직전까지 이남기 홍보수석의 호텔방으로 피신했으며,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문화원의 도움으로 덜레스 공항에 이동한 정황이 현지 관계자들에 의해 드러났다.ⓒ뉴스1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사관 인턴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이후 청와대 차원에서 윤 전 대변인을 피신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덜레스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자신의 호텔방으로 피신하도록 했으며, 윤 전 대변인이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으로 이동할 때에는 택시를 타지 않고 청와대 지시를 받은 한국문화원 직원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문화원에 지시해 윤창중 귀국 도와

14일자 동아일보 1면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밤 워싱턴 호텔 바에서 피해자를 1차로 성추행했다. 이어 호텔 방으로 돌아와 자고 있던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부른 뒤 2차로 성추행했다. 피해자는 곧장 방에서 나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고, 피해자와 함께 방을 쓰던 문화원 직원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청와대는 이에 윤 전 대변인을 서울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문화원은 대한항공 워싱턴 지점에 전화를 걸어 비행기표를 예약한 뒤 윤 전 대변인이 덜레스 공항까지 가는 차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은 문화원에서 일하던 현지 운전기사가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창중, 귀국 직전까지 이남기 호텔방에 은신

또한 지난 13일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현지 경찰의 수사 직후부터 귀국 직전까지 이남기 홍보수석의 호텔방에 은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현지 관계자들에 의해 증언됐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8일 오전 9시 전후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보고받고, 수행경제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이동 중이던 윤 전 대변인을 호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앞에서 약 5분 간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직후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을 이 수석이 묵었던 호텔로 가게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여기서 귀국 직후까지 머물렀다.

현지 경찰은 피해자와 문화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이날 오전 8시쯤 윤 전 대변인이 머물던 페어팩스호텔을 현장 방문해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조찬간담회 참석 중이라 경찰 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청와대가 현지 경찰 수사를 피하려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을 고의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피해자, 한국에 신고해야 한국에서 수사 가능”

윤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의 미국 수사 가능 여부에 대해, 강지원 변호사는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도에 의하면 경미한 성추행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최소한 강제추행”이라며 “양쪽 국가에서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에는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지원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추행이나 강간죄가 오는 6월 19일 이전까지는 친고죄”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소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직 범죄가 없다고 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피해자가) 한국 수사기관에 고소를 해야 (한국 수사기관에도) 수사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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