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연합뉴스
사장이 되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도 되는 걸까?

김종국 MBC 사장은 MBC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사장이 되자 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를 향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노사 문제의 원인을 노조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돌렸다.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1990년대의 그와 지금의 그는 같지만 다른 사람이다. 변했다. 세상사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데 그의 변화는 달갑지 않다. 그의 손에 의해 여러 명이 해고됐다. 문제는 해고의 이유가 정치적 편향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MBC 노조의 1990년대를 복기해보자.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김재철 라인’의 투쟁기와 겹쳐진다. 또한 지금 MBC 문제의 상황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때의 그가 자리를 달리해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김재철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김재철, 김종국을 개개인으로 한정해 평가한다면 한 때 노조원으로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이후 사장이 되어선 노조원을 해고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지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MBC 제3노조나, 김종국 사장이나 MBC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강조점에서 권력에 휘둘렸던 MBC의 어제와 오늘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조직문화를 탓한다. MBC 본부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을 뿐이다. 사장으로서 가능할지 몰라도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이 나왔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MBC 위원장과 사장을 지낸 바 있다. MBC 최대 조직인 노조위원장 출신이 사장이 되는 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또 김종국 사장이 노조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사장이 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사장이 됐는데 알아보니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는 얘기다.

답 없는 얘기를 이어가 보면 앞으로 또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가 사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보인다. 또 노조위원장 출신 사장이 노조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법도 마찬가지다. 김재철, 김종국 사장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문제의 100%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