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서 송이 캐다 피멍든 주민 모습 선해”>

동아일보 오늘자(10일) 1면 기사 제목이다. 지난 2001년 북을 ‘탈출해’ 지금은 동아일보 기자로 있는 주성하 기자가 7년 전 일을 회상하면서 쓴 기사다. 이번 ‘2007 남북 정상회담’ 때 북으로부터 선물 받은 4톤 가량의 ‘칠보산 송이’에는 북 주민들의 피땀서린 노동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사는 다소 ‘충격적’이다. 직장에서 차출된 북 주민들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산을 타야하고, 심지어 죽는 사람도 많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가 마냥 선물로만 받기에는 참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 동아일보 10월10일자 1면.
각계 인사 3700∼300명에게 나눠줘…언론계는 400여명

드러난 현상의 이면에 서려 있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충분히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동아의 이 기사는 왠지 불편함을 안겨준다. 북 주민들의 피땀서린 노동이 배어있는 ‘칠보산 송이’를 받아간 사회지도층 가운데 동아일보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7일 북이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에 선물한 자연송이 4000㎏을 각계 인사 3700~3800명에게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400여명 정도는 언론계 인사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400여명에 동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 등이 포함됐다.

주성하 기자는 이 기사에서 “그때 내가 칠보산에서 뒹굴어 온몸이 멍든 채로 밤마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짜내며 캤던 그 송이도 남쪽의 어느 인사가 먹었을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는데, 그 남쪽 인사 가운데 동아일보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동아일보가 받은 ‘북한산 송이’는 어디에

헷갈리는 건 여기서부터다. 동아가 이 기사를 1면에 올린 의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캔 송이버섯을 선물로 받기에 불편했다면 적어도 동아일보부터 거부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처럼 “북한 주민이 인권탄압과 굶주림을 당하고 있는데 송이버섯을 받아 먹어도 되겠느냐”며 송이버섯을 거절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 아니냐는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면을 통해서 동아의 ‘방침’을 명확히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청와대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게 순서다. 하지만 청와대 쪽에 ‘확인’한 결과 아직 동아일보로부터 북한산 송이가 반납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동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돌아간’ 송이버섯의 ‘행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이 같은 기사를 1면에 올리는 동아일보. 북 주민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정부비판'이라는 함의가 더 읽히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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