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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생활도 1년째다. 가끔 외로울 때면, <아침이슬>을 크게 틀어놓거나, 늦은 밤 인왕산에 홀로 오른다. 인왕산에서 바라 본 광화문대로는 너무 적막해서 마치 어린 시절 걷던 지평선 같다. 형님과 함께 바닷가를 뛰 노닐며 골재와 삽질에 관한 비범한 상상을 모래에 토건학적으로 그려보던 예닐곱 나의 귀여운 유아기적…. 갑자기, 형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엠비야, 회 마싯제? 뭐든 날로 먹는 기 쵝오로 맛있는 기라! 마, 날로 먹기가 ‘킹왕짱’인기다!”
사람들은 날더러 ‘샐러리맨의 신화’이니, ‘청계천의 신화’이니 했었는데 사실 영 불편했다. ‘신화는 없다’고 그렇게 했건만, 지지리 궁상들은 역시 말귀를 들어먹지 않는다. ‘신화’라니 얼마나 쌍스런 표현인가. 나는 그냥 날로 먹을 뿐이다. 날로 먹기의 맛을 모르는 인간들은 언제나 별 볼일 없다.
공사를 날로 먹는 방법은 무조건 빨리하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봐라. 조선소를 봐라. 현대가 그 광고는 참 잘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킬 때도 ‘빨리빨리’를 서너 번쯤 외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아 참, 나 때는 환경영향 평가다, 지속가능한 시공이다 이런 억장 무너지는 규제가 없었던 건 오히려 선진화된 환경이었다고 봐야 한다. 요새 그런 말하는 사람들 다 빨갱이다. 빨갱이가 별건가, 일은 하나도 안 해봤으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놈들이 죄다 빨갱이다.
무조건 공사는 빨리해야 한다. 연구 용역 결과 나오기 전에 예산 만들어 놓고, 끼워 맞춘 연구 결과 나오면 설계 나오기 전에 삽질 들어가고, 설계도 나오면 기자들 불러다가 휘휘 구경 좀 시키고,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사고치기 전에 후딱 끝내는 것이 공사의 노하우다. 대운하는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더라. 날로 먹는 공사는 또 뒷일이 있어서 좋다. 지속가능한 노동 환경에 공헌하는 공사란 이런 것이다. 계속 AS가 필요하니 얼마나 좋아. 경제에 이만큼 기여하는 장사도 없다.
“이봐, 뉴 우익 실장. 대운하 다 팠어? 그 이태인가 하는 친구는 어찌했어? 옷 베꼈나, 티 안나게 세련되게 베껴야하는데…. 홍보 좀 더 강화하고, 필요하면 섭외 잘 해서 기자들 데리고 운하 있는 나라들도 좀 다녀오고, 취임 2년째 되는 날은 뱃놀이 할 수 있어야 해, 알제?”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