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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구 '장부조작' 증거도 확보…타협은 없다"[인터뷰] 정상원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대위원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13.05.03 17:30

매각협상 결렬→노조, 장재구 회장 고발→편집국장 경질 등 간부급 인사→편집국 기자들, 인사거부

십년 넘게 경영위기를 겪어온 한국일보의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국일보 사측이 노조의 장재구 회장 고발에 편집국장 경질 등 대대적인 간부급 인사로 맞서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 2일 오전 열린 한국일보 편집국 비상총회 모습 (출처: 한국일보 트위터)

간부급 인사가 단행된 1일,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는 '장재구의 불법 인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 성명서는 2일자 한국일보 1면 우측에 게재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차린 한국일보 사측에서 신문을 전량 회수하고 발송을 중지시켰으나 서울 일부 지역에는 성명서가 게재된 신문 5~6만부가 그대로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성 전 편집국장은 1면에 성명서를 게재한 이유에 대해 2일 편집국 비상총회에서 "명분이 있는 성명서였기 때문"이라며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총회 2면 기사 삭제돼…기자들, 따로 '온라인편집국' 구축 계획

   
▲ 3일자 한국일보 2면에 게재될 예정이었던 비상총회 관련 기사. 그러나 회사측에 의해 삭제돼 지면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인사거부 첫날인 2일, 한국일보 편집국 구성원들은 인사 이전 체제의 지시를 받아 신문 제작에 나섰으며, 2일 편집국 비상총회를 다룬 기사를 3일자 2면에 배치시켰으나 회사측에 의해 삭제됐다. 기자들은 회사 측이 기존 체제대로 절차를 밟아 작성된 기사를 삭제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편집국을 따로 구축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인사거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른 시일 내에 '인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3일 저녁부터 6일 정오까지는 '편집국장 임면에 관한 신임절차 투표'를 진행한다. 작년 5월 한국일보 노사가 합의한 편집강령규정에는, '인사권자가 취임 후 1년 이내에 편집국장을 보직해임했을 경우, 편집국원 재적 3분의 2이상이 반대하면 인사권자는 편집국장에 대한 보직해임을 철회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일보 사측은 이번주까지 구성원들이 '인사거부'를 풀지 않는다면 징계위원회 개최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노사 정면충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일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영진들 생각은, 일단 이번주까지는 구성원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끔 계속 설득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회사에서 발표한 인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징계위원회를 열고 민형사상 처벌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사태의 근본적 배경에는 매우 열악한 경영상황과 '장재구 체제'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던 2008년 당시 210억이었던 부채는 최근 749억원으로 급증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전기세ㆍ전화세 등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열악해진 원인이 장재구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편집국 비상총회에서는 "불과 4년 사이에 급격히 부실해진 이유는 대주주가 제역할을 못했을 뿐더러 회사 자산을 계속 빼갔기 때문"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 사측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59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독자회생절차 밟겠다"

정상원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미디어스> <기자협회보>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회장을 고발했다고 해서 보복성으로 무자비하게 측근인사를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것은, 한국일보 59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타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원 위원장은 "200억 배임 혐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추가 고발을 진행할 것이다. 장재구 회장이 장부조작을 통해서 회사 자산을 횡령했는데, 이미 증거가 확보됐다"며 "고발 시점은 로펌과의 상의를 통해 결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정상원 위원장은 장재구 회장이 "적대적 M&A를 하고자 하는 무리로부터 회사를 구해야 한다"면서 매각협상을 결렬시킨 것에 대해 "만약 매각을 할 경우, 더 큰 비리가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서 독자회생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 숫자는 약 190명이며, 이중 170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상원 비대위원장
- 기자들이 인사거부를 결의한 게 한국일보 역사에서 얼마만에 있는 일인가?

인사가 논란이 된 적은 많았다. 회장을 고발한 것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회장을 고발했다고 해서 보복성으로 무자비하게 측근인사를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것은, 한국일보 59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자들의 뜻을 신문 지면 1면으로 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 회사측에서는 인사 거부에 대해 '이번주까지 설득에 나서고, 그래도 안되면 징계위원회를 열고 민형사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하더라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은 없지만, 다 예상됐던 바다. 오늘(3일) 아니면 월요일(6일)에 '인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것이다.

장재구 회장 배임 건도, 저희가 고발한 지 5일 만인 오늘(3일) 형사5부에 배당됐다고 한다. 형사5부는 경제범죄를 전담하는 곳이고, 제가 8일에 고발인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한다. 보통 고발 사건은 평검사가 주임검사를 맡는데, 장재구 회장 사건 주임검사에는 부부장검사가 배당됐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장재구 회장의 200억 배임 건은 회사 경영진들도 모두 인정했던 부분이다. 2007년 초에 문제제기를 하니까, 200억원을 돌려놓겠다면서 서울경제/한국일보 매각을 추진했던 건데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여러 물증들을 추가로 제출할 예정이고, 200억 배임 혐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추가 고발을 진행할 것이다. 장재구 회장이 장부조작을 통해서 회사 자산을 횡령했는데, 이미 증거가 확보됐다. 고발 시점은 로펌과의 상의를 통해 결정하려고 한다. 혐의가 여러 개 인데, 한꺼번에 제기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하나만 제기한 것이다.

"미지급금만 170억…기자들이 사비로 출장다녀"

- 기자들이 출장비, 통신비는 고사하고 출입처 기자실비도 못내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 제입으로 일일이 말하기는 좀 그렇다. 허허. 그런데 저희가 회장을 고발하니까, 회사측에서 그동안 밀렸던 수당 등을 오늘 중으로 지급하겠다고 하더라. 진짜로 줄지는 모르겠다. 미지급금은 170억 정도이고, 저희 임금과 관련된 금액만 100억원 정도 된다.

- 한국일보가 2007년 이후 계속 적자였는데 작년에는 3억7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를 기록했으나 구성원들 처우는 달라진 게 없었던 건가?

흑자가 나도 저희들한테는 전혀 뭐, 허허. 오히려 적자 날 때는 기자실비도 나오고, 취재비, 야근수당, 연차수당 등이 지급됐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출입처 기자실비도 못내고, 외부 필자들에게 원고료도 못주고 있다. 기자들이 출장비를 지급받지 못해서 사비로 출장다닐 정도다. 흑자 규모가 적은 것도 장재구 회장이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일단 이전 체제대로 신문 제작이 이뤄지고 있는데, 1일 인사를 통해 간부가 된 분들은 어디에 있는 건가?

모른다. 안나타난다. 그분들만의 편집국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그분들끼리 회의를 하고 지면계획도 올린다. 그런데 저희가 올린 지면계획을 그대로 복사해서 자신들 이름으로 수정하는 정도다. 그분들도 가시방석일 것이다. 저희도 곤란하고, 그분들도 곤란하다.

그분들이 장재구 회장을 비호하기 위한 이번 인사를 거부하고 돌아오면 된다. 계속 회사 편에 서서 검찰 수사를 방어하겠다면 저희들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명약관화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검찰 쪽을 어떻게 해본다고 해서 무마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주주, 더 큰 비리 드러날까봐 매각 꺼려…파업도 검토"

- 장재구 회장이 "적대적 M&A를 하고자 하는 무리로부터 회사를 구해야 한다"면서 매각협상을 결렬시켰는데?

핑계다. 회계법인을 선정해서 제안서를 보내고, 2개월 가까이 협상을 진행해서 실무 선에서 MOU(양해각서)까지 다 써놓은 상태였다. 매각 작업은 장재구 회장 본인이 결정해서 진행했던 것인데, 갑자기 어떻게 적대적 M&A가 되는지 황당하다.

M&A 관행상 합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실무선이 다 합의를 해놨는데, 갑자기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남겠다면서 계속 한국일보 경영에 간섭하겠다고 했다더라. 이런 말도 안되는 조건을 상대사가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만약 매각을 할 경우, 더 큰 비리가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

- 회사와는 대화의 여지가 있나?

회사측이 자꾸 뒤로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공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타협과 대화를 제안한 적이 없다. 저희도 당연히 타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갈등상황이지만) 차질없이 신문이 제작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 독자적으로 회생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구 회장은 감옥에 가더라도 한국일보 경영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저희들은 경영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독자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부도에 준하는 경영난이 있을 때 독자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신청가능하고, 그밖의 채권자들도 신청할 수 있다. 자본금 10분의 1만 확보하면 된다. 저희들은 미지급 채권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가능하다.

- 파업도 검토하고 있나? 

임단협 기간이 원래 5월이라서 이미 회사측에 임단협 절차를 통보해 놓은 상태다. 임단협 결과에 따라서 파업을 검토할 것이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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