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다. 그리고 급선회다. 한나라당과 ‘관변언론’ 그리고 정부 관계기관들이 총동원돼 ‘촛불정국’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제의 태도에서 돌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방위자 급선회지만 방식과 내용은 모두 낡았다. 스스로 폐기처분하다시피한 촛불집회 배후론과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오늘자(24일) 경향신문이 1면 <도로 한나라, 다시 ‘색깔론’>에서 지적했지만 “불과 10일 전과 비교하면 표변(豹變)에 가깝다.”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어떤 발언을 했을까. 잠시 감상해보자.

한나라당-관계기관-‘관변언론’으로 구성된 드림팀?

"'6·10 촛불집회' 이튿날인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이번 촛불집회는 국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민의를 최우선시하는 정치를 해달라는 민심의 함성’이라고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어제 촛불집회로 국민의 뜻은 확인됐다. 원점에서 새출발한다는 각오로 청와대와 내각이 쇄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6월24일자 1면.
이랬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급선회를 했다. 배경과 이유가 있다. 여론조사 때문이다. 경향신문을 인용한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급선회한 배경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으로 보인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67%가 쇠고기를 그만 접고 다른 민생을 다뤄야 한다고 나왔다’(홍 원내대표)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잘하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촛불의 민심을 정확히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50여일에 가까운 촛불시위의 ‘역사’가 증명한다. 지칠 때도 됐지만 여론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좀 우려된다.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부설 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지나치게 믿고 있는 것 같아서. 게다가 ‘관변언론’이 촛불시위의 ‘폭력’을 왜곡·부추기고, 한나라당이 이를 다수 여론으로 판단,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현재의 양상도 보기에 좀 그렇다. 명심하자 한나라당. 초기 미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오판하도록 만든 당사자가 바로 조중동과 같은 ‘관변언론’이었다는 점을.

1인 시위자에 대한 관변단체들의 폭력행사, 이건 폭력 아닌가

자신들이 보기에 현재의 정국이 반전을 꾀하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조선일보의 오늘자(24일) 10면은 오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반전을 꾀하는 데만 골몰한 나머지 최소한의 상황판단도 못한 것 같다. 왜곡보도라는 말이다. <‘촛불 900명’, ‘보수 20명’에 “죽이겠다” 협박>이라는 이 기사는 23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발생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일부 인용한다.

▲ 조선일보 6월24일자 10면.
"촛불시위대 900여명(경찰 추산)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던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을 둘러싸고 ‘죽여버리겠다’는 등 협박했다. 위협을 느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의 보호 속에 텐트를 걷고 철수했다. 이후 시위대는 경찰 간부를 다시 에워싸고 ‘신분증을 내라’고 요구하며 40여분간 억류했다…촛불 시위대는 이들 앞으로 몰려가 ‘뉴라이트 ××들 다 죽여버려’ ‘천막 부셔버리자’ ‘어용단체 해체하라’는 등 욕설과 협박을 퍼부었다 … 한편, 이날 오후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조선의 기사를 100% 사실로 인정한다고 전제하자. 한쪽은 에워싸고 협박을 했고, 한쪽은 보수단체 회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병원으로 실려갔다. 어느 쪽의 폭력이 심할까. 당연히 후자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전자의 상황만 대부분 반영해 기사를 구성했다. 후자의 상황은 기사 말미에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왜곡보도다

하지만 조선이 전한 ‘주먹다툼’ 상황도 사실이 아니다. 오늘자(10일) 한겨레 10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 한겨레 6월24일자 10면.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23일 ‘공영방송 지켜내자’며 1인 시위를 하던 박아무개(50·여)씨가 60∼70대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으로부터 마구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또 이를 말리던 강아무개(43)씨도 폭행을 당해 박씨와 함께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격자들은 오후 5시50분께 보수단체 회원들이 ‘빨갱이들은 다 죽여야 된다’며 박씨를 무차별 구타했다고 전했다. 박씨를 병원으로 옮긴 김수안씨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각목과 주먹으로 박씨를 때린 데 이어 쓰러진 박씨에게 발길질까지 했다’며 ‘박씨는 현재 목, 허리 등 전신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강씨도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손팻말로 맞는 등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 이날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밤 10시10분께 촛불시위대가 정연주 사장 퇴진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반핵반김국민협의회, 고엽제전우회 등의 차량 트렁크에서 사용처를 알 수 없는 쇠파이프, 각목 등을 다량 발견했다."

어떻게 저 상황이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로 주먹다툼을 벌여,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로 보도가 되는지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소식은 중앙일보도 전하고 있는데 지면에 반영한 사진을 비롯해 기사 내용에서도 ‘의심쩍은 부분’이 많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전한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한번 비교해보시라.

▲ 중앙일보 6월24일자 10면.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쯤 KBS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등 보수단체 회원 수명이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이던 박미라(49·여)씨에게 다가가 ‘촛불을 끄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들고 있던 피켓으로 박씨를 밀었다. 박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KBS 정문 맞은 편에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데 고엽제전우회 10여 명이 달려들어 ‘빨갱이년’이라고 욕을 했다. 평화롭게 의견 표현하니 말리지 말라고 하자 ‘빨갱이년 죽어라’면서 피켓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말했다. 박씨 주변에 있던 아고라 회원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각목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 소제목을 보니 <위협 느낀 보수단체 회원들, 텐트 걷고 철수>로 돼있다. 기사 내용과 제목을 보면 마치 ‘관변단체’ 회원들이 촛불시위대로부터 일방적으로 위협을 당한 것처럼 돼 있다. 과연 그런가. 같은 계열의 ‘관변적 신문’인 중앙일보도 그렇게까지 상황을 왜곡하진 않았다.

마침 ‘문제의 조선일보 기사’ 위에 편집돼 있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무책임한 네티즌의 ‘키보드 두들기기’>. 어쩜 그렇게 자신들이 행태를 반어적으로 잘 지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무책임한 조선일보의 키보드 두들기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러니 네티즌들로부터 욕을 얻어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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