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광장의 촛불은 왜 공영방송에 주목하는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촛불집회가 벌써 열흘을 넘겼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로 시작된 광화문 촛불 행렬이 "공영방송을 지키자"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촛불 민주주의와 미디어 공공성의 관계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와 문화연대, 미디어행동 등이 23일 주최한 대토론회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공공성'에서 참석자들은 "촛불이 정치적 가능성과 미디어문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냈다"며 그들만의 언론을 우리의 언론으로 만든 인터넷 '아고라' 및 생중계 등 다양한 '촛불시대 미디어'에 주목했다.

▲ 23일 오후2시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공영방송, 그리고 미디어공공성' 대토론회에서 이영주 박사(한국예술종합학교)가 발제를 진행중이다. ⓒ정영은
1부 '촛불집회와 미디어, 민주주의'에서 첫번째 발제를 맡은 이영주 박사(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는 "인터넷 아고라가 새롭게 정치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소수가 독점해온 저널리즘에 대항하는 다수의 저널리스트들이 대거 출현했다"고 규정했다. 이어 "시민들은 공공영역에서 보수상업언론에 맞서는 운동을 강화하는 등 미디어문화운동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현석 기자(KBS 기자협회장)도 "요즘 KBS <미디어포커스>가 할 일이 없다. 현장 중계 및 탐사보도, 매체비평 등 기존 방송 기능의 대부분을 인터넷 등 촛불시대 미디어들이 수행하고 있다"며 공영 방송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형철 교수(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는 "방송사가 '균형성'에 숨어서 면피성 보도를 해서는 곤란하다"며 "대다수의 시민들이 국가와 대립하는 현재 구조속에서 시민 1명과 국가 1명 등 기계적인 균형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지난 22일 방송된 < KBS 심야토론> '쇠고기정국과 언론의 공정성 논란'편을 예로 들면서 "시간이 없다면서 궤변에 제대로 반박할 기회도 없이 겉핡기로 진행했다"며 "찬반으로 균형적인 패널을 구성했으니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했다고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질책했다.

▲ 토론회 '제1부: 촛불집회와 미디어, 민주주의'에서 두번째 발제를 맡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 왼쪽은 사회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 ⓒ 정영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 부활' 시대에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바로 촛불의 정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창현 교수(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는 두번째 발제 '위험 한국사회와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에서 "우리는 현재 냉면 먹으면서도 광우병을 걱정해야 하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면서 "공공미디어는 위험사회 감시기능을 하면서 생태적 위기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탈규제 속에서 △미디어 산업화 △방송·통신의 내용 규제 △대통령 특보들의 방송사 사장 대거 진출 등 새정부의 '공공성 훼손 미디어정책'을 예로 들면서 "언론통제의 신권위주의가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 최근의 '조중동 광고주 압박' 등 시민들의 미디어 공공성 수호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촛불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연우 교수(세명대 광고홍보학과·민언련 공동대표)는 "촛불시위대가 마포대교를 넘어간 것은 혁명적 사건"이라면서도 "광장에서의 요구는 한계가 있고 오프라인의 언론지형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광장의 토론은 관심 많은 사람들 위주의 논의이고 인터넷 포털 회사의 의제설정 기능 및 게시물 삭제 등 편집기능을 통해 왜곡되거나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기존 언론사들의 여론 장악력은 약화됐지만 여전히 장악 가능성은 상당하다"면서 "그래서 오프라인만 장악하면 나머지는 언제든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 같다"며 정부의 언론장악정책 기조를 강력히 비난했다.

현덕수 YTN 노조위원장도 "40~50명에 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매머드급 언론특보들이 공천에 탈락된 후 갈 자리가 없으니까 언론유관기관 사장에 낙하산 형태로 대거 임명되고 있다"면서 "6.10 명박산성이야말로 이 정부의 소통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국 경향신문 정치부 차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정영은
이재국 기자(경향신문 정치부)는 "YTN, KBS 사장 인사 문제는 시작이라고 본다"면서 "이제 국회의 원구성이 성사되면 이 정권은 온갖 '합법적인 제도'를 만들어 언론을 통제하는 '신공안시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이 기자는 "촛불을 밝히며 시대 흐름과 함께 가는 쪽과, 입으로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얘기하면서도 유신시절 입장을 대변하는 쪽과의 싸움은 이미 끝난 것 아닌가"라며 "본질적으로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려우니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원용진 교수(서강대 언론정보학과·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토론회 1부는 '촛불집회의 대중문화, 매체정치학적 평가'에 대해 이영주 박사(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 책임 연구원·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가 발제했고 이주향 교수(수원대학교 교양교직 교수), 정희준 교수(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김현석 기자(KBS기자협회장, 미디어포커스 진행), 이기형 교수(경희대 신문방송학과) 등이 토론했다.

한국사회의 미디어공공성 위기현실을 진단하는 두번째 발제는 이창현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시민환경정보센터소장)가 맡았고 정연우 교수(세명대 광고홍보학과·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강형철 교수(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이재국 기자(경향신문사 기자, 정치부 차장), 현덕수 기자(YTN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