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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3’- 토니 스타크, 망가질 때 성숙해지는 영웅이여[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3.04.26 09:37

수퍼히어로 중 몇몇은 통과해야 할 통과의례를 거친 다음에야 더욱 강해지는 면모를 갖는 다. 그건 수퍼히어로에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재생 의례이기도 하다. 죽을 만큼 고통스럽거나 혹은 처참하게 망가진 다음에야 더욱 강해지는 영웅의 모습은 히어로물이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와 같은 고대 신화에서 차용한 결과물이다.

만일 오시리스가 죽지 않았다면 그는 저승을 관장하는 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퍼맨은 <수퍼맨2>에서 그가 인간이 된 후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은 베인에게 처참히 무너진 이후에야 강해질 수 있지 않았던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억만장자이자 천재 무기 개발업자 토니 스타크 역시 이번 작품 <아이언맨3>에서 호되게 당한 다음에야 악당에 맞설 수 있게 된다. 아이언맨 시리즈에서는 회를 더하면 더할수록 악당이 강해진다. 전편에도 카레이싱을 하던 토니 스타크는 위플래시에게 전기 채찍으로 경주용 자동차가 망가지는 수모를 겪지 않던가. 이번에는 토니 스타크의 저택이 한 줌의 재로 변하고 그가 자랑하던 아이언맨 수트들도 저택과 운명을 같이 한다.

배트맨처럼 첨단 장비의 저력을 빌리지 않는다면 토니 스타크 역시 배트맨처럼 보통 인간이 가지는 육체의 한계를 갖고 적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수퍼히어로다. 그런 토니 스타크에게 있어 아이언맨의 철갑 장비가 속수무책으로 망가진다는 건 치명적이고도 심각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이언맨 아미 수트마저 전력을 잃고 마니 토니 스타크에게 있어선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악수를 한꺼번에 만나는 셈이다.

거의 인간의 육체 밖에 남지 않은 토니 스타크가 맞서야 하는 악당은 버겁게만 느껴진다. 통상의 물리적인 공격은 잘 먹히지 않으며 몸에서 고열을 내뿜는 적과 맞서야 할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 전투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적 외상까지 극복해야 하니 토니 스타크는 이번에 악수란 악수는 모두 만난다.

   
 
토니 스타크가 맞닥뜨린 악재 삼종세트를 극복하게 만드는 저력은 배트맨의 사례처럼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과학의 힘 덕분이다. 이번에 토니 스타크가 빚지는 과학의 힘은 새로 개발한 아이언 수트다. 토니가 어떤 곳에 있더라도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출동 가능한 원격 조종 수트는, 토니의 기동력을 한층 높여줄 뿐만 아니라 조종사는 미국 본토에 있되 리모콘으로 원격 지시하는 무인폭격기 드론의 유비로도 보일 정도다.

아니, 어쩌면 토니는 깨져야 더욱 강해지는 영웅일지도 모른다. 토니 스타크의 이전 작을 보면 토니를 깨뜨리고 망가뜨린 악당은 2편의 위플래시 뿐만이 아니었다. 1편에서 토니를 강제로 감금하고 그로 하여금 살상무기를 개발하게 만들라고 요구하는 테러리스트의 사례를 복기한다면 토니 스타크는 깨져야, 망가져야 자기 각성할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한 영웅’이다.

이를 철학적인 관점으로 조망하면 플라톤의 이원론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악당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아이언맨이 실은 토니 스타크가 아니라 아이언 수트가 전부라면? 즉, 토니 스타크는 다른 곳에 있지만 토니의 원격 조종으로 속은 텅 빈 채 전투를 벌이는 아이언 수트의 모습은, 이데아는 먼 곳에 있건만 실재의 허상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상계의 한계 상황에 대비해서 바라볼 수 있다. 토니 스타크가 오리지널 원본인 이데아라면 토니를 대신하여 싸우는 아이언 수트는 토니의 복제품인 현상계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나 더, <아이언맨3>에는 아이언 수트가 하나가 아니라 자그만치 47개나 존재한다. 이는 시뮬라크르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2편 이후 여러 분신으로 주인공 네오를 교란하고 괴롭히듯, <아이언맨3>의 악당은 자신의 공격력을 자신만 갖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에게도 복사하여 부여한다. 이에 질세라 토니의 아이언 수트 역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동시에 날아와 토니의 전투를 돕는다. 장 보드리야르의 지적대로라면 아이언 수트의 원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다른 이전작과는 달리 피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스타크만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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