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는 12살’ 콘셉트로 진행된 20일 방영 MBC <무한도전>이 강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다름 아닌 영국 지상파 TV 채널4의 '지상 최대의 쇼(The Greatest Shows on Earth)' 팀이 <무한도전> 촬영장을 취재 차 방문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데이지 도너반은 1980년대 한국 학생들을 취재하러 온 기자로 분해 <무도> 멤버들과 만났고, 유재석을 필두로 한 일곱명의 멤들은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저질 발음’을 앞세워 데이지 도너반과 영국 취재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무도> 멤버들은 가장 <무도>다운 방식으로 영국 취재진의 웃음보를 터트렸고, 그 덕에 <무도>를 시청자는 배꼽이 빠질 만큼 웃을 수 있었다.
데이지 도너반에게 자기소개를 하던 멤버들은 짧은 영어실력 탓에 제대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마음이 급해진 박명수와 정준하는 맥락 없는 ‘뜬금포’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박명수가 정준하의 따귀를 때리는 척 하면, 정준하는 진짜로 따귀를 맞은 것처럼 연기를 펼친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데이지 도너반은 “놀랄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두 사람의 연기를 실제로 받아들였다.
통역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나서야 데이지 도너반은 두 사람이 연기를 펼친 것임을 알았는데, 놀랍게도 직접 슬랩스틱 코미디에 도전하기도 했다. 데이지가 정준하의 뺨을 때리는 척 하면 정준하는 뺨 맞은 연기를 펼친 것인데, 순간 데이지는 약속과 다르게 정준하의 진짜 뺨을 때리면서 <무도>에 완벽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데이지는 가발을 쓴 정준하를 가리켜 “저 여자는 누구냐?”는 질문으로 멤버들을 당혹시켰다. 12살 콘셉트에 맞춰 옷과 가발을 쓴 정준하를 여자로 착각한 것이었다.
또 이날 방송은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해도 ‘유머’를 활용한 의사소통은 가능함을 보여줬다. 영국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는 데이지의 질문에 멤버들이 저마다 영국의 유명한 배우와 브랜드 등을 외쳤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빵’터진 것이다. 박명수가 외친 “버버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던 데이지는 박명수가 말한 ‘버버리’가 ‘burberry’임을 알고서야 뒤늦게 웃음을 터트렸고, 노홍철이 말한 “요크셔테리어”가 ‘Yorkshire terrier’을 확인했을 땐 현장에 있던 영국 PD마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고 보니, 영국 취재진은 영국식 발음과는 사뭇 다른 모두 멤버들의 저질 영어발음에서 재미를 느낀 것이다.
영국 ‘채널4’ 취재진을 사로잡은 <무도>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취재진은 <무도> 멤버들이 국제가수 싸이와 절친한 사이라는 데서 또 한 번 깜짝 놀랐고, 유재석이 직접 싸이와 전화통화에 성공하자 기쁨을 갖추지 못했다. <무도> 취재를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뜻하지 않게 국제가수 싸이 취재에까지 성공한 것이었다.
싸이와 대화를 나눈 도너반은 <무도> 멤버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과 표정으로 감동을 표현했고, 이를 지켜본 <무도> 멤버들은 ‘채널4’에 <무도>는 방영되지 않고 싸이 인터뷰만 나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표출하며 웃음을 안겼다. 자다 일어나서 전화 통화를 한 싸이 역시 “눈 뜨자마자 영어 하면 설사를 많이 한다”는 농담으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시청자는 그저 <무도>를 본 것인데, 영국 방송에서 싸이를 취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날 <무도> 촬영 현장을 방문한 데이지 도너반과 영국 취재진은 느닷없이 춤을 추고 맥락 없는 상황극에 녹아들어야 하는 등 촬영 시간 내내 정신없었을 텐데, 제대로 편집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과연, 채널4를 통해 방영될 <무한도전>은 어떤 모습일까? 이게 바로 “무도 스타일”임을 영국 취재진은 알랑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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