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로 떠오른 '1인 미디어'로 인해 저널리즘 장에서 거대한 변환이 시작되고 있으며 사이버 공론장에서 만들어진 촛불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범국민적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황상재)가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사이버와 현실의 만남: 광우병 쇠고기, 웹과 모바일 공론장의 새로운 실험' 토론회에서는 촛불집회 현상에 대한 분석과 공론장 역할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여러 견해가 쏟아졌다.

▲ 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사이버와 현실의 만남 - 광우병 쇠고기, 웹과 모바일 공론장의 새로운 실험’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곽상아
이날 토론회에서 ‘사이버와 현실의 만남 - 광우병 쇠고기, 웹과 모바일 공론장의 새로운 실험’을 주제로 발제한 이영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조중동, 한겨레가 못하는 분석기사를 인터넷 공간에서 무명의 저널리스트들이 해내고 있다”며 “저널리즘 장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변환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 아고라와 모바일 미디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발화와 예술, 비평의 공간을 주고 있으며 이 비평의 공간으로부터 보다 많은 언론인과 언어의 생산자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정당의 제도화? 왜곡된 한국정당체계론 한계 있어"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도 “사이버 세계를 통해 아래로부터 공론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면”이라며 “새로운 공론장의 가능성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고 동조했다.

손 원장은 “하지만 아직 공론장의 모습은 ‘표출’ 단계에 불과하므로 앞으로의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최장집 교수는 ‘기존정당의 제도화’를 강조하지만 외부로부터 형성된 한국의 정당체계에 문제를 맡기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손 원장은 "사이버공론장에서 만들어진 촛불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 언론주권 확보, 정치 주권 구현을 위한 범국민운동의 상설기구를 모색해야 할 때"라며 "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촛불이 만들어낸 해방적 잠재력은 시간이 가면서 자칫 무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황상재) 주최로 '사이버와 현실의 만남: 광우병 쇠고기, 웹과 모바일 공론장의 새로운 실험' 토론회가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0일 오후 열렸다 ⓒ곽상아
하지만 이날 토론자로 나선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가 정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촛불시위는 뭔가 불확실하고 분명하지 않을 때 대세를 찾아내서 그쪽으로 달려가는 ‘대세추종현상’일뿐”이라고 주장했다.

"촛불시위는 국민들의 불만 표출을 위한 핑계거리"

황 교수는 “미 쇠고기 파동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현 정부에 대한 반대행위나 촛불시위가 과연 없었을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촛불 정국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핑계거리나 불쏘시개이지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대세초중현상’의 가까운 예로 ‘황우석 교수 사건’을 들었다. 황 교수는 “2년 전 ‘황우석 교수 사건’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였던 반응은 지금과 똑같았다”며 “대세추종현상의 다음 단계는 ‘우리와 그들의 대립’으로 대개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라고 하는데 이 단계에서는 온갖 이념적 논쟁이 일어난다. 지난 노무현 정권 때도 이러한 패턴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교수의 이같은 지적에 김정섭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는 “촛불은 정권에 대한 미움, 불만의 측면인 것도 있지만 기대했던 바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정부에 원인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촛불, 정부가 국민의 지속적 경고 무시해서 생겨난 것"

김 기자는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결코 대중은 우매하지 않으며 정치와 지식인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유로운 공론장이 형성되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해서 그들이 스스로 정화하도록 해야 한다. 방통심의위의 콘텐츠 규제권한, 세무조사 등 인터넷을 억압하고 통제하려고만 한다면 질적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도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 협상대표, 내로라하는 언론인들이 문제없다고 한 것을 ‘문제 있다’고 지적해 지금 이 상황까지 시민들이 이끌고 온 것에 대해선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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