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되고 있는 모든 드라마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나인’이다. 나인은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동양적인 향을 이용하여 주인공이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제한된 설정 안에서 마치 게임을 하듯 하나씩 풀어나가는 재미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탄탄하고 흥미롭다.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처럼, 20년 전의 일을 바꾸려 하다가 20년 후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린다. 20부작 중 아직 13회 밖에 하지 않았는데 스토리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다음 일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인의 설정을 퍼즐처럼 하나씩 풀어나갈수록 마지막 회는 더 빨리 오는 것 같다. 과거를 바꾸면서 형도 살리고 자신도 살지만 여러 개의 과거 기억을 갖게 되고, 현실은 꿈인 듯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그 결과 애인인 주민영은 박민영이 되어 조카가 되어버리는 악몽이 시작되고야 만다. 그러다 과거의 기억 속에 있는 물건을 만지게 되면 그 기억도 살아난다는 설정을 가함으로 박민영은 주민영이었을 때의 기억을 되찾고, 삼촌과 애인 사이에서의 자신의 모습 속에 혼돈스러워한다. 때마침 과거의 자신이 향을 찾게 되고, 나머지 남은 2개의 향 중에 하나를 태워서 20년 전 과거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거기서 모든 것을 원상복귀시켜 놓으려고 말이다.
정말 타임머신이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20년 전 누군가의 타임머신을 통해 계속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백투더퓨처부터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에 관한 주제는 많았다. 하지만 나인의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동양적인 향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였다는 점과 9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꼭 정확히 20년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일 거다. 또한 30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다시 와야 한다. 20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30분 안에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애꿎은 미래만 바뀔 뿐이다. 따라서 한번 시간 여행을 할 때에는 세심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2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 리스크도 감안하여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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