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호스트>의 바통을 잇는 달달한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물이 또 한 편 개봉된다. 바로 <뷰티풀 크리처스>다. 열여섯 살이 되면 빛과 어둠의 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리나(앨리스 엔글레르트 분)는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십대 소녀다. 이십여 년 동안 그 마을에 처음 발 디딘 전학생이라는 신분과, 리나 주위를 둘러싸고 도는 마녀라는 소문 때문이다. 리나는 학교 첫 수업부터 같은 반 여학생에게 마녀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뷰티풀 크리처스>의 초반부만 보면 공포영화 <캐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리나 혹은 <캐리>의 캐리는 반 아이들에게 잘못하거나 못되게 군 적 하나 없는 무고한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왕따를 당한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1976년의 캐리는 내성적이라 왕따를 하는 반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못한 반면에, 리나는 왕따 세례를 퍼붓는 여학생에게 적극적으로 방어를 한다는 점이다.

리나의 반 여학생이 리나를 따돌리는 건 그들이 이전부터 마을의 터줏대감으로 있어왔다는 홈그라운드라는 이점과, 리나 주위에 떠도는 마녀 집안이라는 소문 때문이다. 한 반에 전학생이 오면 그 학생을 감싸주고 동료애로 껴안기보다는 배타와 질시로 왕따 시키기 좋아하는 고약한 습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리나의 반 여학생들은 마녀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신을 찾는다. 자신들이 ‘선’이고 전학 온 동급생 리나는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로 취급해서 벌이는 해프닝이다. 다른 사람, 타자를 배척하고 마녀 사냥하던 중세 시대의 마녀 재판의 축소판이 리나의 학급에서 벌어진다.

희생되어야 할 마녀는 전학생 리나이고, 리나를 배척하거나 교정해야 할 의무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는 여학생들의 독단이, 타자를 배척하는 수준에서 더욱 발전한 형태로 왕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은 중세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리나의 학급에서도 태연하게 재현된다.

리나 집안사람들인 캐스퍼에게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만 가능하다. 선과 악 중 하나를 택해야지, 선도 악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 지역의 캐스퍼는 존재하지 않는다. 악에 포함된 마녀들이 리나를 탐내는 이유는 그녀 안에 잠재된 마법의 힘이 반대편의 마법을 제압하고도 남을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지녀서다.

참, 이쯤 해서 리나의 집안사람들 가운데 리들리(에미 로섬 분)가 마녀가 된 까닭을 위에서 언급한 왕따, 따돌림과도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같은 핏줄이지만 마녀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삼촌 메이컨(제레미 아이언스 분)은 리들리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리들리가 마녀가 된 까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컨은 리들리가 본래 못된 성품을 타고났기에 마녀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고 식탁에서 비난을 퍼붓는다. 하지만 리들리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이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녀가 되었노라고 가족에게 항변한다.

리들리의 성격 자체가 못돼서 가족이 따돌림을 한 건지, 아니면 가족이 먼저 따돌림을 해서 그 결과로 마녀의 길을 선택한 것인지 하는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가 하는 물음과도 같은 질문을 유발하는 장면이다. <뷰티풀 크리처스>는 왕따 혹은 따돌림이라는 코드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영화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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