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7시 청와대의 인적쇄신결과가 발표된 직후 서울 시청광장에는 어김없이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문 등에 대해 "꼼수는 어림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사회자는 촛불문화제 시작에 앞서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예로 들며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봤다는데 평소 즐겨듣는 아침이슬이 들렸다는 말이 많이 걸린다"면서 오늘은 여러분이 양해해주신다면 아침이슬을 부르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잔말말고 재협상!"등의 구호를 외쳤다.

▲ 20일 1만여명(주최측 추산, 경찰청 추산 500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윤희상
중앙대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자유발언에서 "오늘 쇠고기 추가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 학생은 또 청와대 비서진 교체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을 바꿔도 이명박이 그대로 있으면 달라질 게 없다"고 주장했다.

촛불문화제 자유발언에서 '가마솥 할아버지'로 알려진 70대 할아버지가 무대에 올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호통 발언'을 내놓아 참석자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가마솥 할아버지는 "그렇게 맛좋고 질좋은 미국 소고기라면 청와대에 가마솥 20~30개를 걸어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인사들이 곰탕도 끓어먹으면서 3개월만 먹어보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졌다.

▲ ⓒ윤희상
그는 "대운하는 국민들이 이미 원하지 않는다고 오래전에 말해온 것인데 '원한다면 안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하라는 재협상은 안하고 수정만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 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읽지도 못하는 이명박씨 타도하라"면서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고엽제 회원, 뉴라이트, 조용기 목사 등은 대한민국 역적"이라고 외쳐 참석자들로부터 "한번더!"라며 '발언 앵콜' 요청을 받기도 했다.

▲ 발언을 하고있는 '가마솥 할아버지'(왼쪽)와 영화 '말아톤' 정윤철 감독ⓒ윤희상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도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라며 스크린쿼터를 내준 정부는 이제 먹고사는 문제도 내줘버렸다"면서 본인의 최근작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대사를 인용하며 촛불을 끝까지 놓치 말자고 외쳤다.

▲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주최하는 2박3일 국민비상행동 촛불집회를 알리는 포스터ⓒ윤희상
"과거는 바꿀 수 없지. 하지만 미래는 아냐. 미래는 바꿀 수 있어! 자기가 누군지만 잊지 않는다면"(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주인공 대사중 일부)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인천 부평구에서 온 '최연소 공연단'인 늘봄 공부방 어린이들의 공연이 인기를 끌었다. '이제 방학이다 이명박은 각오해라'는 이름의 어린이 합창단은 율동을 선보이며 '이명박 OUT'을 외쳤다.

▲ 인천에서 온 아이들이 개사곡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윤희상
또 멀리 해남에서 올라온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님이 무대에 올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해남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문익환 목사님의 후예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추부길만 목사가 아니다! 여기 진짜 목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땅끝에서 끝까지 촛불을 켜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승리를 기원하는 '솔아 솔아 푸른 솔아' 노래를 불렀다. 이에 참석자들은 "거짓협상 필요없다! 거짓목사 물러가라! 진짜 국민이 승리한다!"는 구호를 연호하며 응답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저녁 8시 40분경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을지로쪽 등지로 행진을 시작했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의 KTX 여승무원들이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윤희상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