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운전노동자들(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이 9일로 23일째 파업을 이어간다. 이들의 요구는 '극빈생활 탈출'이 전부다. 입사 8년차의 실수령액이 약 138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임금을 5.4% 인상해 달라는 것.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열린 KBS운전노동자들 전국파업 결의대회 모습. ⓒ언론노조

그러나, 'KBS→ KBS비즈니스→ 방송차량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방송차량서비스는 '임금인상 불가'만 되풀이하고 원청인 KBS 측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방송사 비정규직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이번 파업 사태를 맞이해, <미디어스>는 KBS뿐만 아니라 MBC와 SBS 운전노동자들의 현실도 짚어보았다.

◇ 열악한 MBC: "그나마 시급상여금 인상 있어서 협상타결"

당초 방송3사의 운전노동자들은 '파견' 형태로 일해왔으나 2000년 초중반에 줄줄이 '도급'으로 바뀌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가 굳어졌다. 구체적으로 MBC의 경우, 2004년 12월 이전까지 파견직이었으나 이후 도급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MBC에서 운전노동을 하는 75명 모두가 아웃소싱 업체인 '제니엘이노베이션' 소속이다. 이 가운데 52명이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MBC분회(이하, MBC분회) 조합원이다. 2004년 도급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MBC분회는 2010년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MBC와 직접 교섭에 나섰으나, 김 사장 취임 후 제니엘이노베이션과 교섭하게끔 바뀌었다.

2003년 입사한 박수한 MBC분회 사무국장은 8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도 가정이 있는데, 노조 업무를 하다보니 시간외 근무를 거의 못해 세금 공제하고 한달에 130만원대의 월급을 받고 있다"며 KBS 운전노동자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입사한 지 1년이 됐든 20년이 됐든 기본 월급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 △보도차량, 임원차량 등 운전하게 되는 차의 종류에 따라 (추가 근무ㆍ식비 차이 등으로) 받게 되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것 등도 동일하다.

특히, MBC의 경우 지난해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을 겪으며 별도 수당이 아닌 '기본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고 한다.

"임원차를 모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시간외 근무가 거의 없어 기본 월급밖에 못받았다. (교섭에서) 시간외 근무수당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기본임금 자체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최저생계비를 보장받기 위해 현재 연봉 1800만원을 2000만원 수준으로 인상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

KBS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KBS와 달리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최근 교섭에서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170원 높은 5030원으로 결정되는 등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회사측의 태도 때문이다. KBS이사회는 KBS분회 파업 이후인 지난 5일에야 이들의 시급을 최저임금인 4860원(280원 인상)으로 맞춰주는 내용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박수한 국장은 "시급이 170원 인상됐고, 상여금이나 복지수당에서 인상이 있었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이것도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밝혔다.

◇ 대동소이 SBS: 10일 언론노조 비정규지부 SBS분회 출범

SBS 운전노동자들의 경우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배지수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SBS분회 준비위원장은 8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근무를 안할 경우 157만원 정도이고, 세금을 제하면 130만원 정도"라며 "저희 역시 1년차, 10년차, 15년차 월급이 똑같다"고 말했다.

KBS와 MBC와 달리 그동안 상시적인 '노동조합' 자체가 없었던 SBS 운전노동자들은 10일 저녁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비정규지부 SBS분회'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배지수 위원장은 "운전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데, 업무상 재해임에도 불구하고 입원한다거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 연차를 써야 했다"며 "복지 후생비 같은 경우에도 2009년 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등 불합리한 일들이 그동안 너무나 많았다"고 전했다.

배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병가 등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연차도 1년차든, 5년차든 상관없이 1년에 15개로 다 똑같다"고 덧붙였다.

SBS 운전노동자들은 100명 가량이며, 이들은 도급업체인 '코리아 오토서비스' 소속이다. 노조 가입이 안되는 임원차량 기사 등을 제외한 80명 가량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으며, 8일을 기준으로 60명 정도가 가입원서를 썼다.

이들은 KBS 운전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박수한 MBC분회 사무국장은 "솔직히 '운전은 아무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방송사 차량을 운전하는 일은 나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며 "취재, 제작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취재처 간의 이동거리를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방법 등은 저희만 알고 있는 것인데 잘 인정안해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기자, PD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저희를 택시기사 정도로만 취급한다"며 "근본적으로, 운전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 안해주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 언론노조, 곧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조사 돌입

운전노동자 파업 사태와 관련해, 언론노조 최정기 조직쟁의실 차장은 9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초중반) 당시에는 파견법 도입과 관련해 계약해지나 해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을 목표로 일단 '도급'으로 전환이 됐던 것"이라며 "실질적인 원청 사용자인 방송3사가 비용절감과 노무관리의 용이함을 위해 손자회사 내지는 도급회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는데 핵심은 '직접고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천교통공사가 간접고용 노동자 265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는데, 간접고용일 때보다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전혀 없었다. 기존의 도급단가에 포함됐던 세금, 중간관리비 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운전노동은 방송취재제작과 관련된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이기 때문에, 원청사용자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송국 내에는 운전노동자 뿐만 아니라 환경미화, 시설관리, 작가, AD, 카메라 보조 등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는데 아직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불합리한 처우에 놓여있는 비정규직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단 실태조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비정규직 지원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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