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수법을 보면 '테러'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 광고주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언론사의 재정적 숨통을 끊겠다는 뜻이다. 권위주의시대엔 권력이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해 광고를 끊도록 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점은, 특정 언론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언론을 말살시키려 드는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조선일보 20일자 사설 <조선·동아·중앙 광고주에 대한 무차별 '사이버 테러'> 중에서 인용)

"일부 세력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광고주에게 가하는 위협이 도(度)를 한참 넘어섰다 … 이들 세력은 광고 테러가 새로운 방식의 소비자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순수한 소비자운동의 가치를 강탈하려는 터무니없는 강변이다. 일부 세력의 농간으로 시장이 망가지면 그 피해는 기업뿐 아니라 거래 당사자인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 …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시장경제를 우롱하고 기업 협박 댓글을 다는 소수의 무리에게 한국 경제의 운명을 내맡길 수는 없다." (동아일보 20일자 사설 <기업 위협 ‘광고 테러’ 업계와 소비자가 퇴치해야> 중 인용)

‘황우석 파문’ 당시 동아와 조선의 보도태도는?

▲ 조선일보 6월20일자 사설.
오늘자(20일) 동아와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 가운데 일부다. 네티즌들이 조중동에 광고하는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시장경제를 우롱하고 기업 협박 댓글을 다는 소수의 무리에게 한국 경제의 운명을 내맡길 수는 없다”는 동아일보의 표현이 주목(?)을 끈다. 네티즌의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발언임을 전제로 하면, 네티즌의 이 같은 ‘운동 방식’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못한다. 동아 조선의 주장을 옹호하기 때문이 아니다. 예전의 기억이 항상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황우석 파문’. 당시 이른바 ‘황빠’로 일컬어지는 무리들이 주축이 돼 MBC < PD수첩>에 대한 광고거부 운동이 전개가 된 적이 있는데 그때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경험은 정말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당시 < PD수첩>에 대한 광고거부 운동이 단지 일부 ‘황빠’들의 문제였을까, 아직도 그 의문은 가시질 않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동아 조선이 보인 네티즌에 대한 이중적 행태는 분명히 지적하는 게 좋을 듯싶다. ‘황우석 파문’이 불거졌을 때 당시 네티즌들이 MBC와 < PD수첩>에 대한 ‘광고거부’ 운동을 전개했는데 그때 동아와 조선은 어떤 입장을 보였던가. 네티즌들의 여론과 국민적 응원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충실히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2005년 11월 25일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6면 <“황 교수님! 힘내세요”>에서 누리꾼들이 <PD수첩>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메리츠화재와 우림건설, 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기업이 ‘광고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도 9면 <“부활하라, 황우석!” 국민들 응원 물결>에서 왜곡선정 방송으로 황(우석) 교수를 음해하고 국익을 손상시킨 데 대해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네티즌 서명운동과 촛불집회, 사장퇴진, 광고거부 운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누리꾼들의 경고를 자세히 전했다.”

▲ 동아일보 6월20일자 사설.
네티즌의 광고거부 운동을 국민응원이라고 한 건 동아 조선

당시 기사 내용과 제목을 지금 정국에 빗대 조금 바꾸면 어떻게 될까.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직접 감상해 보는게 좋을 듯싶다.

“누리꾼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메리츠화재와 우림건설, 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기업이 ‘광고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왜곡선정 보도로 네티즌들을 음해하고 국익을 손상시킨 데 대해 조선일보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기사를 쓴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네티즌 서명운동과 촛불집회, 사장퇴진, 광고거부 운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사실 당시 네티즌들은 상식을 벗어난 비이성적 행동으로 < PD수첩>을 비난했다. 심지어 담당 PD의 가족사진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다 죽이자’고 선동하는 행위까지 저질렀는데도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은 이 같은 네티즌들의 태도를 질타하지 않았다. 오히려 네티즌들의 < PD수첩>에 대한 공격적 행위를 국민여론과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중계보도 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랬던 동아 조선이 이제 자신들이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니 “사이버 테러”라고 외친다. 그렇게 칭송했던 네티즌을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시장경제를 우롱하고 기업 협박 댓글을 다는 소수의 무리”라고 폄하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기업 협박(?)하는 건 네티즌들보다 조중동이 한수 위인 것 같다. 오늘자(20일) 한겨레가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 한겨레 6월20일자 6면.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네티즌들의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을 막아달라며 인터넷 포털에 요청한 것이 조중동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 재계 고위 임원은 19일 ‘경제5단체가 18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포털들에게 보낸 것은 조중동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중동이 현직 편집국 간부들을 동원해 경제단체들의 핵심임원들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한 간부는 ‘조중동이 그동안 재계 입장을 강력히 대변해온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재계가 모른 척 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건 협박 아닌가. 조중동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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