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사 빈슨 사망원인'이 졸속협상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

지난 4월초 미국에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원인이 ‘인간광우병’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친이명박 관변집단’들은 마치 <PD수첩>이 허위왜곡조작방송이라도 한 것처럼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PD수첩>의 왜곡 허위 보도는 반드시 시정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초선 국회의원 두 명은 <PD수첩> 제작진을 향해 “최소한의 윤리와 직업의식을 던져 버렸다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며 “문책을 단행하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조중동 등 친이명박 관변신문들은 주요지면과 사설을 동원해 <PD수첩>이 ‘조작방송을 했다’며 “방송의 전면적인 개혁”을 부르짖고 나섰다. 또 친이명박 관변단체들은 MBC를 ‘선동사령부’라 지칭하며 ‘해체하자’고 선동하면서 6월 20일 MBC 앞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 집단들의 주장이 처음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을 무렵 이들이 제기했던 ‘방송탓’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여전한 억지주장에 불과하며, 잠시 촛불이 주춤해진 틈을 타 일대 반격을 하려는 저열한 정치공세로 규정한다.

4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은 아레사 빈슨 씨를 ‘인간광우병(vCJD) 의심진단’을 받은 사람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은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원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 지어 보도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이 가장 문제 삼는 아레사 빈슨 씨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자막의 경우, <PD수첩> 제작진의 해명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 씨가 <PD수첩> 제작진에게 “(의사들이)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CJD(크로이츠펠츠야곱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말한 부분을 <PD수첩>은 자막에서 ‘CJD’를 ‘vCJD’로 바꿔 표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 <PD수첩> 측은 이미 지난 5월 21일 ‘오역과 오보와 괴담이라는 일부 언론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이라는 글에서 로빈 빈슨 씨가 “딸의 병명을 평상시 쓰는 말로 말할 때는 광우병이라고 하는데 전문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대답할 때는 광우병을 vCJD라고 하면서도 드물게 CJD라고도 표현하기도 했다”며 “제작진 내부에서도 잘못된 용어인 CJD로 대답한 인터뷰의 사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전문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머니가 두 의학용어인 vCJD와 CJD를 혼동한 것이 틀림없고 방송에 나온 인터뷰에서는 명백히 인간광우병을 지칭했기 때문에 번역은 원래의 의미대로 인간광우병인 vCJD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해명처럼 <PD수첩>을 보면 로빈 빈슨 씨의 말이 ‘인간광우병’을 지칭함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아레사 빈슨 씨를 담당한 의사들이 MRI 분석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렸기 때문에, MRI 결과 등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로 보내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에 대해 추가 조사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아레사 빈슨 씨의 주치의 역시 <PD수첩>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MRI로 CJD와 vCJD를 구분할 수 있다’며 아레사 빈슨 씨의 MRI 결과가 vCJD로 의심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함을 지적한 바 있다. 즉 의사들이 ‘MRI 결과가 CJD로 의심된다’고 말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로빈 빈슨 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소개할 경우 시청자에게 진실을 전해야 할 방송의 책임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뒤가 이처럼 분명함에도 수구보수신문들이 “PD수첩의 ‘광우병 사망자’ 조작 사실 밝혀졌다”(조선일보),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국민을 오도했다”고 대서특필하며 “공영방송이 광우병 공포를 왜곡․확산하는 데 앞장서는 게 말이 되는가”(중앙일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촛불정국’의 반전을 노리는 정치공세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이미 한 달 전 언론중재위원회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PD수첩>에 대해 ‘직권중재’를 결정했을 때 이들 친이명박 관변신문들은 지금과 똑같은 논리로 <PD수첩>을 한 바탕 난도질한 적이 있었다. 그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이 바로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한 달이 지나 다시 똑같은 주장을 되새김질하고 있으니 과연 ‘쇠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로 단정 짓고, ‘동물학대고발’에 불과한 영상을 광우병 위험 과장에 이용한 것으로 비난하는 친이명박 관변신문들의 주장 또한 어이없다. <PD수첩>은 5월 13일 광우병 관련 두 번째 방송에서 ‘주저앉는 소’의 원인에 대해 농림부가 요구한 정정보도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미국 도축장 동영상이 그저 단순한 ‘동물학대고발’에 그친 것이라면 도대체 왜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미국에서는 사상 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가 발생했던 것인가.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은 미국 소 도축장에서 소들이 학대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도축해서는 안 되는 소들이 도축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임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광우병’을 배제할 수 없는 것 또한 진실이다.

친이명박 관변신문들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 씨와 도축장 영상을 8분 동안 보도했다, 14분을 방영했다 떠들면서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이상 <PD수첩> 방송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PD수첩> 방송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미국의 도축․검역 시스템이 결코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에도,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졸속적으로 협상을 추진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PD수첩> 방송을 계기로 촛불을 든 국민들은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보다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가볍게 넘긴 정부의 협상태도에 분노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을 계기로 다른 매체들 또한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많은 치명적 결함과 문제를 안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냈다.

MBC와 <PD수첩>에 대한 친이명박 관변집단들의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비난은 아레사 빈슨 씨가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게 아니니 정부의 쇠고기 협상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처럼 들린다.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50여일 동안 촛불을 들어온 국민에 대한 모독이요, 얼렁뚱땅 위기를 모면해 이명박 정부를 구해보려는 얕은 수작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벌써 6.4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을 잊은 것인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아 신문대접도 못 받고 광고마저 제대로 싣지 못하고 있는 조중동은 아예 몰락을 자초하고 싶은 것인가.

아무리 ‘방송탓’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은 지난 50여일의 경험으로 증명되었다. 식상한 ‘방송탓’은 이제 그만하고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자신들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아울러 ‘방송탓’을 하며 여의도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친이명박 관변단체들 역시 경거망동을 자제하길 바란다. 이들이 방송을 문제 삼을수록 여의도로 몰려드는 촛불은 더욱 늘어갈 것이다.

2008년 6월 19일
한 국 P D 연 합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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