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 캡쳐

1일 월요일부터 시작된 ‘네이버 뉴스스탠드’ 체제가 5일째로 접어들었다. 각 언론사 사이트의 조회수가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보언론들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간지, 어느 정도 조회수 지켰지만 새 수익모델 마련해야

언론사 관계자들은 뉴스스탠드 제체에서 가장 타격이 적은 진보언론사로 한겨레를 꼽는다. 한겨레는 뉴스캐스트 체제에서도 ‘가장 낚시질을 덜 한’ 언론사로 꼽혔다. 경향신문이 진보언론이면서도 종종 민망한 제목으로 네이버에서 ‘영업’했다면,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도의를 지킨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겨레의 경우 일정 수준의 조회수를 얻으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기조라고 한다. 그래서 개편 이전 한겨레의 사이트 일일 조회수는 경향신문의 70%에서 80% 수준이었다고 한다.

대신 한겨레는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다른 매체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그 격차를 메꾸려고 했다. 잡지 중심의 수익모델로 ‘네이버 우산’을 극복하려 한 것이다. ABC 판매부수에 따르면 ‘한겨레21’의 주간지 시장 점유율은 ‘시사in’에게 거의 따라 잡혔거나 뒤집힌 상황이지만 다른 매체와는 꽤 차이가 나는 1,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주간경향’은 '시사저널'과 함께 5위와 꽤 차이가 나는 3,4위 그룹을 형성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역시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한겨레는 몇 달 전 월간지 나-들을 창간하는 등 신규매체 창간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일간지의 경우 신문시장의 왜곡현상으로 인해 판매비가 제작비보다도 적고 그 격차를 광고비로 메꿔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경향신문의 부수가 현저히 늘었지만 그때문에 적자폭이 더 늘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잡지의 경우는 판매비가 제작비보다 확실히 많기 때문에 팔면 팔수록 이득이 된다. 잡지 중심의 수익 모델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잡지가 많다 보니 '뉴스가판대' 앱처럼 한 번의 유료결제로 한겨레 계열 매체들의 기사를 모두 볼 수 있는 앱도 반응이 좋다. 그러나 사업이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라서 개편 전에는 온라인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의 경우 한겨레보다는 타격이 크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선방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가 있다. 경향신문은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종종 보수언론 수준의 ‘낚시질’을 하여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곤 했다.

그래도 경향신문 역시 스포츠신문들처럼 네이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낙폭’은 견딜만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개편 전 조회수의 60% 정도를 끌어내고 있으며 ‘차두리 이혼’을 단독으로 친 날은 개편 전 조회수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의 조회수가 다소 적게, 경향신문의 조회수가 다소 크게 감소하면서 이제 두 신문의 ‘조회수 덩치’는 엇비슷해진 상황이다.

일선 기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뉴스스탠드 체제를 반기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기자들 사이에선 ‘낚시 기사 안 올리면 우리는 좋은 거 아니냐’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일선 기자들의 경우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종종 온라인 담당들에게 “아무리 조회수가 중요하다지만 (이런 ‘낚시’ 제목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라거나 “우리 신문도 ‘고로케’에 등장했더라”며 불평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언론 기자들의 경우 과거 언론이 말도 안 되는 기사로 장사를 했다는 공감대가 있고 이 기회에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시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영진이나 온라인 부서장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고 한다. 한 진보언론사 관계자는 “결국 네이버의 대응이 시사하듯이 우리도 모바일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온라인신문, 당장 타격이 크지만 모바일과 SNS 강화해야

온라인신문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측은 일간지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경우 구성원 중 일부만이 ‘조회수 스트레스’를 받지만 두 온라인신문의 경우는 거의 모든 구성원이 조회수에 민감하다.

오마이뉴스 측은 “개편 이후 30%에서 50% 정도의 조회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네이버를 경유하는 뉴스접속자 숫자는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지만 오마이뉴스의 경우 뉴스가 아닌 다른 종류의 에세이 콘텐츠도 많기 때문에 ‘낙폭’이 이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평가된다. 오마이뉴스 측은 “연초부터 모바일팀과 SNS팀을 따로 꾸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면서 차별화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레시안의 경우 뉴스스탠드 체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진보언론으로 평가받는다. 프레시안 측은 “개편 이후 조회수가 1/5로 급감했다”라고 설명한다.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80%의 조회수 감소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프레시안이 뉴스 이외 다른 콘텐츠가 많지 않고 그간 네이버로부터의 유입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레시안 측은 ‘프레시앙’ 회원을 배가하고 회원들과 독자들에게 ‘my 언론사’ 설정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모바일로 넘어가는 흐름을 인지했기 때문에 모바일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 개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기사를 홍보하는 등 SNS에서의 개인적인 노력을 통해 부족해진 조회수를 메꾸려는 시도도 보인다.

온라인신문들은 조회수 하락으로 인한 광고 단가 하락을 염려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한 언론사만 조회수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다함께 낮아졌기 때문에 광고단가가 낮아진 조회수 비율만큼 급격하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에 대한 고민하고 기본기를 확충해야

결국 새로운 체제에 대한 적응의 핵심은 ‘플랫폼’과 ‘기본기’다.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맞서 끊임없이 새로운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고 그러면서 언론 기사의 질을 지키고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진보언론들은 보수언론보다 빈약한 물적 토대 위에 놓여 있지만 상대적으로 상업성에 덜 물들었다는 장점이 있다.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심도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당장은 보수언론이나 경제신문보다 더 괴로운 나날을 보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언론의 정도를 지키면서 재생산을 위한 물적 토대를 지키는 길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 'My언론사' 설정에서 네개 언론사를 선택했을 때 구현되는 화면. 이런 화면을 많은 이의 컴퓨터에서 보고 싶은 것이 진보언론 종사자들의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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