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 간부들이 뉴스 보도에 대한 기자협회장의 지적을 ‘편집권 침해’라고 주장하자, KBS기자협회는 편성규약 및 협회 존립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KBS기자협회(협회장 함철, 이하 기자협회)는 3일 성명을 내어 “(보도 간부들의 성명은) 편집에 대해선 일체의 비판이나 의견 제시도 불허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함철 기자협회장은 천안함 3주기 당일(지난달 26일) 편집회의에 참석해 “천안함 3주기 특집뉴스를 왜 이렇게 많이 다루느냐”고 문제제기를 했고, 이에 보도본부 국·부장단은 1일 ‘편집권 침해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 KBS <뉴스9>는 지난달 26일 천안함 3주기를 맞아 천안함 잔해가 전시돼 있는 평택 해군 2함대 특설 스튜디오에서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KBS 뉴스9 화면 캡처)

기자협회는 2003년 개정된 KBS 편성규약과 2004년 체결된 보도위원회 시행 세칙을 근거로 “평기자 대표는 뉴스 기획, 편집회의 이외의 뉴스 최종 편집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여기서 실무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며 “KBS 뉴스의 문제는 과도한 눈치보기와 간부들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불공정에 그 원인이 있다. 협회장 발언, 실무자들의 의견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KBS 편성규약 제6조(2003년 개정)는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보도·제작 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도 간부들이 ‘편집회의에서 협회장이 발언하면 부장들이 외압으로 느낄 소지가 있다’고 한 것을 두고서는, “편집회의 참석자 20여 명 가운데 평기자 대표는 기자협회장 1명”이라며 “국·부장단은 회의 중 협회장의 발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심사숙고 해 봤는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협회는 “그동안 일부 간부들이 편성규약, 보도위원회 시행 세칙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기자 대표의 ‘의견 제시권’을 부정한 일은 없었다”며 “기자협회는 이러한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과반의 불신임으로 자격을 잃은 이화섭 보도본부장을 비롯해 김시곤 보도국장, 정지환 편집주간, 이준안 취재주간 체제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이번 국·부장단의 성명서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며 성명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히 평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보도본부 역사에 오점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KBS <뉴스9>는 지난달 26일 천안함 3주기를 맞아 천안함 잔해가 전시돼 있는 평택 해군 2함대 특설 스튜디오에서 특집 방송을 내보냈으며, 천안함 관련 뉴스 리포트를 12건 보도했다. 이는 전체 뉴스에 1/3을 차지하는 분량으로, 1주기(5건), 2주기(3건)에 비해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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