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와 오지호가 함께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직장의 신>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방송 첫 회부터 화제를 일으키고 있고, 평도 '재밌다, 신선하다, 병맛인데 몰입된다' 등 대부분 긍정적이다. <직장의 신>이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보인다.

<직장의 신>이 호평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감일 것이다.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을 주인공으로 삼아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한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다. 사회에서라면 다들 고개를 숙여야 할 하버드 출신의 정규직에게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비정규직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줄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뿐만이 아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도 역전되고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도 역전이 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를 전복시킴으로써 주는 쾌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만약 모든 것이 그저 가치의 전복으로만 그려졌다면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를 불편해 했을지도 모른다. <직장의 신>은 전복은 하되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그 가치 또한 완전히 무시하려 하지 않는다. 회식 중간에 나온 '오지호'의 말(회사가 단지 돈 받는 만큼만 일하는 곳이고, 동료는 그냥 자기 옆자리에 앉은 남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뜨내기 계약직은 동료가 뭔지, 진짜 일하는 의미가 뭔지 모른다고)은 기존의 업무 방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자 항변이기도 했다.

이처럼 <직장의 신>은 체제 전복과 가치의 인정을 통해, 결국 '직장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낸 준 장면은 드라마가 아닌 마지막 엔딩에서 나왔던 촬영현장이었다.

드라마나 영화가 끝난 후에 NG장면이나 촬영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예전에도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이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고, 그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귀중한 가치임을 마지막 장면은 보여준다.

<직장의 신>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일본 원작 '파견의 품격'은 2007년 작품이고, 그때의 일본 상황을 반영한 작품이었다. 버블 이후로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일본'과 그 일본의 청춘들과 직장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파견의 품격'과 마찬가지로, <직장의 신>은 현재의 대한민국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청춘과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이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이들을 보듬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엔딩에서 보여준 연기자들과 제작진의 환한 미소를 통해 드라마는 그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것이 제대로만 그려진다면 <직장의 신>은 꽤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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