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관련 주요 일간지 보도에 대한 논평 -

어제(17일)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일부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이 ‘이일화 KBS보도본부장 인책 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려다 실패했다.

이들은 5월 15일 <9뉴스>를 통해 방송된 ‘동의대 신태섭 교수 징계 논란’ 보도와 26일 방송된 ‘KBS 이사회의 경영평가보고서 문구 수정 의결 논란’ 보도를 문제삼아 보도본부장 문책을 들고 나왔다. 15일 보도는 신태섭 이사에 대한 동의대 측의 사퇴압박을 비판적으로 다룬 것이며, 26일 보도는 일부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에 의해 왜곡된 ‘KBS 경영평가 보고서’ 보도 문안을 다룬 것이다.

일부 친한나라당 KBS 이사들은 두 보도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팩트인 양 보도했거나 특정인의 주장을 부풀렸다”며 보도본부장의 책임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KBS이사회는 방송 보도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이사들이 권한도 없는 ‘보도본부장 인책’ 운운하고 나선 것은 그 의도가 뻔하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하는 보도들을 문제삼고 기자들을 위축시킴으로써 ‘정연주 축출’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 아닌가? 공영방송을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지켜줘야 할 이사들이 정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도에 간섭하는 월권행위를 저지른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경향·한겨레 KBS 이사회 월권 지적

경향신문은 18일 10면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BS 시청자위원회 이정춘 위원장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사회가) 보도의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접 보도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의 해임권고안을 논의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권의 전방위적 KBS 장악 기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보도본부장 인책 문제는 반대의견이 많아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으나 이 역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공영방송 장악 기도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지적한 뒤, 최근 벌어지고 있는 △KBS에 대한 특별감사 △배임을 이유로 한 정연주 사장 소환조사 결정 △외주제작사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등을 정사장 퇴진을 위한 총공세로 규정했다. 또 “방송법상 이사회는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일 뿐 편성이나 보도에 대한 관여를 할 수 없다”며 “KBS이사회의 발상은 법적으로도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면 “방통위원장이나 YTN 사장의 경우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기용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이보다는 정연주 사장이 2009년 11월까지로 정해진 임기를 채우는 편이 낫다”고 못박았다.

한겨레는 17일 이라는 기사에서 “<한국방송> 이사회가 ‘9시뉴스’의 이사회 관련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이일화 보도본부장의 문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기사는 일부 KBS 이사들이 ‘신태섭 이사 사퇴압력’과 ‘한국방송 2007년 경영평가 보고서’ 등 이사회가 문제삼은 두 건의 보도에 대해 “경영평가 보도는 양쪽 주장을 모두 전했고, 정 사장 사퇴권고안 보도는 당시 이사회 안건 제목에서 ‘당면 현안에 관한 논의’로 둔갑했을 뿐 실제 내용은 사퇴권고안 추진이었다”는 보도국 관계자의 반론을 전했다.

동아 이사회 월권은 외면, KBS노조 주장 ‘대서특필’

반면 조중동은 KBS 일부 이사들의 월권행위를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18일 4면 <“사내일부, 정치권과 연루/정연주 사수하는 건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KBS 이사회가 이일화 보도본부장에 대한 해임 권고안 의결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고 전했으나 접근방식이 엉뚱했다. 이 기사는 ‘한 관계자’의 입을 빌려 “이사회가 최고의결기구답게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력화됐다”며 이사회가 보도본부장을 인책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을 실었다. 나아가 “이사회의 해임권고안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의결될 경우 최근 김홍 전 부사장의 사퇴에 이어 KBS 상층부에 강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돼 왔다”며 보도본부장 사퇴권고안이 상정되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KBS노조가 17일 발표한 성명서는 충실하게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KBS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들은 낙하산 정연주에 반대하는 대다수 조합원이 아니라, 사내 구성원들이 정치PD·정치기자로 규정짓는 일부세력”, “통합민주당을 촛불집회에 끌어들이려는 사내 일부 세력이 촛불집회의 순수한 정신을 흐리고 있다”는 등 KBS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썼다.

특히 동아일보는 1면과 5면에서 KBS노조의 성명서를 대대적으로 띄웠다. 18일 1면 <“최근 KBS 지지 촛불집회/민주 의원-친노단체 개입”>은 기사 전체를 KBS노조의 성명서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데 할애했다. 모두 8개 문단으로 쓰여진 이 기사에서 6개 문단이 ‘KBS 노동조합’을 주어로 시작됐다.

5면 기사도 대부분 KBS 노조의 성명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이었으며 반론은 기사 말미에 “KBS노조의 견해가 KBS 전체나 국민의 뜻으로 볼 수 없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과 “정당인으로서, 개인자격으로서 정치적 표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최문순 의원의 인터뷰를 짧게 언급하는 정도였다.

노조와 노동운동에 대해 늘 적대적이던 동아일보가 KBS노조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한 ‘편애’를 보여준 것이다. ‘정연주 퇴진’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뉴스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이 ‘일개 노조’의 주장을 1면에 ‘대서특필’할 수 있는 동아일보의 파행적인 편집에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공영방송 KBS를 지키겠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일부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은 KBS를 이명박 정부에 갖다바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쓰고 있고, 조중동은 이들의 노골적인 언론통제 시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만의 하나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내고 낙하산 인사를 앉힌다면 이명박 정부는 물론 KBS 이사회 내의 친한나라당 이사들, 정부의 방송장악에 들러리 선 조중동 모두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KBS 노조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KBS 노조는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국민의 깊은 뜻을 외면한 채 ‘정연주 퇴진 투쟁’을 고집함으로써 동아일보와 같은 신문이 공영방송을 흔드는 데 좋은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KBS 노조가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KBS는 KBS 노조만의 방송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국민의 방송’ KBS에 몸담고 있는 공영방송 직원들의 도리다.

“KBS를 지켜주겠다”는 국민의 뜻을 따르라.

2008년 6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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