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자에게 6개월 무가지에 3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이건 약한 거다. 이는 경향과 한겨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일보 의정부 A지국 관계자는 신문고시 위반 실태조사를 나선 전국언론노조 관계자에게 이 같이 토로했다.

지난 18일 오전 언론노조 관계자와 기자들은 "조선일보 의정부 A 지국에서 신문을 끊겠다고 했더니 그간의 무가지 비용과 불법경품에 대한 대가를 다시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는 나 모씨(24)의 제보를 받고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조선일보 A지국을 찾았다.

▲ 언론노조 관계자와 조선일보 의정부 A지국 지국장 임 모씨. ⓒ송선영
지국을 찾은 언론노조 관계자와 기자들을 보자 지국장 임 모씨는 "지금 뭐하시는 거냐"면서 언성을 높였고 "나가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몇 분이 지난 뒤 "나씨의 입장만을 듣고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수 없고 기자들도 기사를 쓸 때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하기에 왔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임 모씨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신문 구독 중지했더니 무가지 6개월치와 상품권 포함한 9만원 돌려달라 해"

먼저 언론노조에 조선일보 구독중지와 관련해 도움을 청한 나 씨의 주장은 이렇다.

나씨는 지난해 12월 20일에 조선일보 구독을 신청, 2009년 6월까지 보기로 약정 계약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국으로부터 무가지 6개월치와 상품권 3만원을 제공받았다.

▲ 나 모씨가 조선일보 의정부 A지국과 신문 계약을 할 때 썼던 계약서. ⓒ송선영
그러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 보도와 관련한 조선일보의 논조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6월 10일 지국에 전화를 해 '신문을 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지국은 그동안 제공했던 무가지와 경품에 대한 대가로 9만원을 달라고 나씨에게 요구했고 나씨가 9만원을 줄 수 없다고 하자 '경우가 없고 양심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국장 임씨는 이후 두 차례 나씨 집을 방문해 "그동안 새벽에 잠을 못 자면서 신문을 돌린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하겠다"고 했으며 "새벽에 와서 문을 두드리거나 고함을 치겠으니 알아서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신문을 어떻게 법대로 처리할 수 있느냐. 법대로 하면 한 푼도 못 받을 거 안다. 그러나 피해 보상받아야겠고 신문시장이 불법인 것은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나씨는 전했다.

"힘들게 배달한 무가지에 대한 대가 받는 거, 정당해"

하지만 이에 대해 조선일보 의정부 A지국 임 모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쟁해야 하는 신문시장에서 독자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6개월 무가지와 상품권 3만원을 준 것이고, 일방적으로 신문을 넣은 것이 아니라 독자가 먼저 요구해서 신문을 넣게 되었다. 7월에 첫 수금이 시작되는데 이제 와서 신문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신문을 끊겠다고 했다. 그동안 신문을 무료로 본 것에 대한 대가를 달라는 것은 정당하다"

임 씨는 이어 "신문이 뭐 대단하다고 신문 볼 때마다 계약을 하겠냐"면서 "신문 지국을 운영하면서 쉽게 일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또 합법적으로 일하는 신문 지국이 솔직하게 어딨냐"고 항변했다.

그는 나씨가 신문 구독 중지를 요청한 지난 10일 바로 다음날인 11일부터 신문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나씨가 계약 기간을 위반하고 신문 구독을 중지한 만큼, 그동안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문 하나에 3000~4000원 마진 남는데 누가 무가지와 경품을 주고 싶겠냐"고 말한 그는 "지금 독자들이 (경품을) 먼저 달라고 하고 한 달에 적정 부수를 맞춰야 하니까 불법인거 알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들이 임씨에게 몇 가지를 질문하려 하자 "그만 해라. 더 이상 할 얘기 없다"고 인상을 쓰면서 지국 안에 있는 언론노조 관계자와 기자들에게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대화 내내 불쾌한 표정을 짓던 그는, 모두가 나간 뒤 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 김성태 사무국장과의 대화를 통해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무가지를 그간 힘들게 배달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나도 어렵다. 지국에서 숙식을 다 해결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 조선일보 구독 중지 과정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나 모씨. ⓒ송선영
"신문 끊기 위해 인터넷 통해 공부했다"

한편 언론노조에 조선일보 구독 중지와 관련한 상담을 신청한 나씨는 집으로 방문한 기자들에게 "신문 끊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다"며 "신문 끊기, 참 힘들었다"며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신문을 구독할 당시 무가지와 경품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한 나씨는 "조선일보 구독을 중지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 아고라, 공정거래위원회, 언론노조 사이트 등을 통해 스스로 신문 끊는 법을 습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나씨는 "신문을 중도 해약 한다고 해서 이런 피해를 봐야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공정위에서도 이번 사례는 개인과 지국과의 분쟁이기 때문에 언론노조나 소비자원에 알아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문고시법, 위반에 대한 기준 모호해" "현 신문시장 '총체적 난국' "

현재 신문고시법(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는 나 씨의 경우처럼 중도 해약할 경우 무가지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국이 돌려달라고 요구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공정위에서는 이를 개인간의 분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신문 구독 계약 당시 무가지와 불법 경품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신문고시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서정민 정책국장은 "신문고시 위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신문협회가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만들어 놓은 부분이 있지만 유명무실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나씨의 경우처럼 무가지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달라는 행위는 (개인 간 협의가 실패했을 경우)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어 "공정위는 신문고시 위반 지국에 대해서도 경미하게 처벌을 하고 있다"면서 "지국과 본사가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라고 현 신문시장을 설명했다.

나씨는 서울로 향하는 기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문자로 건넸다. 무가지와 불법 경품이 난무하는 한국 신문시장에서 신문을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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