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 캡쳐

포털서비스 네이버가 지난 1일 오후부터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조회수를 빨아들이고 뉴스편집을 자의적으로 해서 ‘포털 권력’이라 비판받던 네이버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미 ‘아웃링크’ 방식으로 조회수를 언론사에 분배해주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선보인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대상언론을 선정한다는 점,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조회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낚시 제목’을 달게 된다는 점 등이 비판받자 새로이 ‘뉴스스탠드’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조회수 급감 비명...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서비스'

뉴스스탠드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은 이전과는 달리 개별 기사가 아닌, 뉴스스탠드에 올라온 각 언론사 메인화면을 선택한 후 기사를 클릭하게 된다. 일단 기사 클릭의 과정이 다소 복잡해진 만큼 조회수의 감소는 예상된 바였다. 뉴스스탠드 서비스 첫날 각 언론사들은 조회수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까지 급감했다며 울상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서비스”였다는 극언까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계에선 특히 인터넷 언론사들이 “뉴스스탠드는 실패”라는 논조의 기사를 대량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뉴스스탠드의 향후 효과와는 별도로 이 ‘호들갑’이 ‘네이버 체제’에 길들여진 언론들의 항변이 아닌지도 의심해 봐야 한다.

뉴스스탠드에 속해 있는 한 언론사 관계자는 “뉴스스탠드는 뉴스캐스트에 비해 언론사의 조회수를 현저히 낮출 테지만 그 경우 ‘다음이나 네이트로 뉴스소비가 이동할 것인가, 아니면 뉴스소비 자체가 급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능하다”라고 말한 후, “내 생각에는 후자일 것 같다”고 진단한다.

뉴스소비자들의 뉴스소비량이 일정한 가운데 뉴스스탠드가 그 영역에서 지분이 떨어진다면 ‘실패’라는 진단이 가능하며, 네이버 역시 그 체제를 오래 고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뉴스스탠드에 염증을 느껴 타 포털사이트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라면, "그동안 언론사들이 ‘네이버 체제’에 기생하여 ‘뉴스를 뉴스 같지 않은 방식으로 팔아서 조회수 거품을 유지했던 것’이 아니냐?"는 식의 반문도 가능하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트위터에서 “뉴스스탠드 이후의 아노미 상태에 대한 업계 반응을 한줄 요약하자면, ‘10년간 제목낚시에 길들여진 뉴스붕어님들이 이 고급스런 서비스에 적응하겠는가?’”라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뉴스스탠드가 고급스러운 서비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각 언론사들의 반응이 ‘네이버 체제’ 내 조회수 경쟁에서 각 언론들이 언론사의 역량을 기르기보다 ‘네이버 메인화면 낚시 경쟁’에 골몰해 왔던 상황을 성찰하지 못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 칼럼니스트 박권일의 트윗 화면 캡쳐

네이버는 뉴스소비량이 줄어도 관계없다?

언론사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망할 줄 알았던 뉴스스탠드 방식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네이버의 뉴스 기능을 버리려 한다”고 비판하거나 진단하기도 한다. 실제로 네이버 내부에서도 뉴스스탠드 방식이 각 언론사로 유입되는 조회수를 현저히 줄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몇 개월 간의 시험 테스트에서 뉴스캐스트 체제에서는 언론사 조회수의 60% 이상을 네이버에서 조달하지만 뉴스스탠드 체제에선 그 비율이 10% 이하로 뚝 떨어짐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정책을 고수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뉴스스탠드에 속해있는 또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의 조회수나 수익구조에서 뉴스소비의 비중이 적은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한탄했다. 뉴스스탠드가 흥하지 않아도 뉴스소비 자체가 줄어들지 다음이나 네이트로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과 일맥상통하다.

네이버는 웹툰 작가들에 대한 처우에서는 비교적 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프로야구 시즌에는 동시에 몇 만이 접속해도 끄덕없는 수준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누리꾼들에게 제공한다.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과 비슷한 컨셉으로 장르소설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네이버는 뉴스보다는 이런 방면의 서비스로 충분히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또 네이버가 웹뉴스 소비도 모바일 환경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이제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데, 언론사앱을 다운받지 않는 바에야 역시 네이버로 본다. 네이버 모바일 뉴스화면은 뉴스캐스트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들이 편집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컴퓨터 화면은 포털뉴스 소비에 신규진입하는 기성세대와 각 언론사에 넘겨줘도 괜찮다는 계산이라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 스마트폰에서 접속한 모바일 네이버 뉴스의 화면은 여전히 네이버 측의 편집이 반영되고 있다.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뉴스캐스트 체제에서 네이버는 별로 재미도 보지 못하면서 선정성에 관한 비난은 다 들었다. 뉴스스탠드 체제에선 적어도 선정성에 대한 비난만큼은 각 언론사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네이버로서는 실리로 보나 명분으로 보나 뉴스스탠드가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실 ‘포털 권력’을 비판하는 이들의 입장으로 봐도 뉴스스탠드는 네이버가 뉴스를 통제하지 않고 구글처럼 뉴스 편집권을 매체와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방향이기 때문에 환영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각 언론사가 네이버의 선택을 비판하는 것은 네이버 조회수에 기대어 선정적인 기사로 광고를 타내는 기존 관행을 유지하고 싶다는 ‘자사이기주의’ 외의 잣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뉴스스탠드'가 기사 선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물론 네이버 입장에서 ‘모니터 뉴스소비’를 포기해도 그만이란 것과 뉴스스탠드가 온라인 뉴스소비의 선정성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별개의 것이다. 많은 언론사 관계자들은 뉴스스탠드의 ‘자정 작용’을 의심한다.

한 일간지 기자는 “개편의 문제의식이 온라인상 ‘낚시기사’다. 그런데 낚시기사의 근본적 원인은 각 언론사, 즉 생산자들의 지속적 수익불안에 있다.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는다면 낚시기사는 계속된다. 뉴스스탠드 체제에선 사진이 있는 기사가 잘 될 가능성이 높아 스포츠신문들의 흥행이 예상되고, 뉴스스탠드에서 충분한 조회수를 얻지 못한 각 언론들은 ‘실시간 검색어 장사’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 인터넷신문 기자 역시 “(뉴스스탠드 실시 이후) 진중한 편집과 기사의 퀄리티로 승부를 보려는 쪽과 선정적인 사진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쪽이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후 이용자들의 ‘마이뉴스’ 설정의 결과 후자가 흥성하고 전자가 쇠망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뉴스스탠드 체제’가 각 언론사로 하여금 이중, 삼중의 편집을 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측은 뉴스스탠드 화면을 각 언론사 홈페이지 화면과 되도록 일치시켜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를 지킨 언론사는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역시 순진하게 우리만 똑같이 갔더라”고 푸념했다.

이중 편집...새로운 '낚시'의 풍경

그 결과 인터넷언론의 경우에도 언론사 사이트 화면과 뉴스스탠드 화면이 다른 이중편집이 생겨났고, 일간지의 경우엔 지면신문과 언론사 사이트 화면 그리고 뉴스스탠드 화면의 편집이 모두 다른 삼중편집이 나타난 실정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뉴스스탠드 출범 시기 이전에 사이트를 개편했는데, 일부 언론사의 경우 뉴스스탠드 화면에 무리하게 ‘최적화’한 편집이 사이트 화면 전체로는 조화롭지 않다는 내부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각 언론사는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지 않고 각 언론사의 편집의 맨얼굴을 보여주고자 했던 뉴스스탠드 취지에서도 이중, 삼중의 편집을 하며 ‘메이크업’을 하는 경쟁에 들어선 셈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조회수에 전혀 구애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조회수 정렬과는 별도로 온라인 지면의 편집권을 가지려고 했던 애초의 기획안이 사장되고 뉴스스탠드 화면에 최적화된 사이트 디자인이 채택되었다“고 푸념했다. 장기적으로 언론사 사이트의 품격과 영향력을 높이려는 대책을 세우기보다 ‘네이버가 뉴스를 떠난 이후’ 당장의 조회수를 낚기 위한 대비책에 급급한 언론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한편 네이버 측은 항의하는 각 언론사들에 대해 뉴스스탠드는 트래픽 확보보다는 각 언론사의 편집가치가 인정받고 진성이용자를 확보하는 서비스로 봐 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마이뉴스 설정은 일정기간 지나봐야 정확한 수치가 나올 수 있으며, 일각에서는 뉴스스탠드가 가독성이나 매체홍보의 측면에서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스탠드나 마이뉴스 설정의 효과를 지금 시점에서 속단할 수는 없지만, 각 언론사가 단지 조회수 급감에 대해 항의하는 걸 넘어 '네이버 의존도'를 줄이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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