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육군으로 보내달라.” 어느 전투경찰의 하소연이다. 그는 육군으로 징집되었는데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전투경찰로 차출된 것은 부당하다며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전환복무 해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경들이 한 달도 넘게 촛불시위 진압에 동원되고 있다. 정치적 신념과 배치된다면 심적 갈등이 클 것이다.

전투경찰은 군사독재의 잔재다. 유신독재정권이 체제저항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방패로서 만들었다. 군병력을 동원하려면 위수령 또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하니까 이에 상응하는 병력을 경찰로 위장해 경찰서에 상주시켜 온 것이다. 6월 항쟁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도 정권을 잡은 다음 전투경찰을 시위-파업을 진압하는 도구로 써왔다. 민주화 투사라고 자랑하며 닭장신세도 저본 그들이 말이다.

▲ 경복궁역 네거리에서 시위 중인 시위대를 전투경찰이 해산시키는 장면 ⓒ송선영
1970년 전투경찰대설치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주임무를 대간첩작전으로 한정했다. 1975년 경비업무를 추가했고 1982년 의무경찰제도를 도입했다. 전투경찰은 작전전투경찰과 의무전투경찰로 나눠진다. 전경은 국방부가 입대한 병력 중에서 추첨에 의해 배치한다. 의경은 경찰청과 국방부가 협의를 통해 선발인원을 정한 다음 경찰청이 지원을 받는다.

국방의무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국토방위의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전투경찰은 주로 시위-파업진압에 동원된다. 이것은 국방의무가 아니니까 헌법위반이다. 경찰이라지만 군인처럼 막사에서 24시간 기숙한다. 사역도 예사로 한다. 경찰서 청소부, 간부 운전사 노릇도 시킨다. 구타 같은 인권유린도 잦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의 노동력을 강제로 착취하는 행위다. 이와 달리 정규경찰은 주 40시간 근무제에 따라 3교대로 근무한다.

시위현장마다 전경-의경들이 동원된다. 키의 절반도 넘는 방패와 곤봉은 방어무기라기보다 공격무기에 가깝다. 아무리 더워도 전투복을 껴입고 전투모를 써야한다. 추워도 몸이 둔해지니 껴입지 못한다. 시위가 잦으면 닭장버스가 내무반이다. 그곳에서 먹고 잔다. 먹는 것이라곤 밥과 김치쪼가리가 전부이고 그나마 끼니 놓치기가 일쑤이다.

시위현장에는 닭장버스가 길을 메운다. 인해전술을 펴니 동원병력이 보통 시위인력보다 많다. 초동진압에 나서면 금새 전투장면을 연출한다. 격렬한 몸싸움으로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한다. 촛불시위처럼 장기화되면 잠잘 틈도 없으니 심신이 극도로 피곤할 것이다. 폭력적 대응도 크게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서 나올 것이다.

시위진압은 치안유지의 문제로서 경찰 본연의 임무이다. 그런데 정규경찰은 뒷전에 서있고 전투경찰을 전면에 배치한다. 시위-파업진압은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정규경찰이 맡아야 한다. 역대정권이 전경을 방호벽으로 삼아 그 뒤에서 숨어서 국민의 뜻을 우롱하고 국민을 짓밟는 짓을 일삼아 왔다. 왜 신성한 국방의무를 맡은 젊은이들이 몸을 던져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나? 하루 빨리 전투경찰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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