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고성국씨가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져, 라디오PD들이 낙점 철회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 라디오구역 조합원 일동은 27일 성명을 내어 “KBS 1라디오에 낙하산 MC 투하 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며 “저녁 시사 프로그램(18~20시) 진행자로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낙점됐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고성국 씨는 1996년 KBS <추적60분> 진행자일 때, PD와 노조의 반대를 묵살하고 사측 요구에 따라 ‘좌경의 문제는 이제 국가 생존의 문제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등 색깔론 제기 멘트를 방송해 물의를 빚은 인물”이라며 “그는 4·11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고성국 씨는) 방송 영역에서도 박근혜를 옹호하고 다른 여당 예비후보들을 폄하한다든지, 안철수와 문재인을 비방하며 엉뚱하게 김두관 전 지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며 “정치평론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한 후보만을 옹호하는 정치평론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정치적 편향성이 노골적인 인물은 결코 공영방송의 MC가 될 수 없다”며 “특정 후보를 옹호한 전리품으로 공영방송 MC자리를 떼어주려는 후안무치한 시도도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담당PD들과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낙하산 MC 사태에 대해 우리 라디오 PD들은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싸울 것”이라며 “고 씨의 MC 발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 (불교방송 홈페이지 캡처)

고성국 씨는 지난해 여당 및 박근혜 팬클럽 ‘박사모’, 보수단체 등의 강연에서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박사모’ 강연에서는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에 YTN 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YTN에 고정 출연 중인 고성국 씨의 출연정지를 건의한 바 있다.

또한 <고성국의 아침저널>을 방송하는 불교방송의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에서도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정치평론가로서 금도를 넘는 부적절한 편향 발언이 있었다”며 고성국 씨의 발언에 문제제기를 했다. 고성국 씨는 지난해 8월 28일 박근혜 당시 후보가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려다 재단의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해, “대권후보인데 원천적으로 막아야 했나, 막아선 분들이 미숙하다”며 박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고성국 씨가 진행을 맡는다고 알려진 프로그램은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18:10~20:00, 월~금)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KBS 라디오 해외통신망을 연결하는 등 국제 뉴스를 주로 다룰 예정이어서, 국내 정치평론을 주로 해 온 고성국 씨가 진행자로 적합한지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고성국 씨가 1라디오 신설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낙점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 뉴스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낙점된 이유를 묻자, “(편성 쪽에서는) ‘진행능력이 검증된 인물’이라고만 말하며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며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고성국 씨는 같은 날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진행자 낙점 논란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말씀 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KBS 라디오 PD들은 오늘(27일) 저녁 6시에 총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향후 KBS PD협회와 새 노조 차원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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