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6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찾은 기자들 가운데 김재철 MBC 사장이 해임되리라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 26일 오전, 방문진을 찾은 김재철 MBC 사장 ⓒ곽상아

방문진 이사회를 앞두고 김재철 사장이 구명 로비에 돌입했고 실제로 몇몇 여당 이사들이 마음을 바꿨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방문진 회의가 오전 9시 40분경 시작된 이후, 취재진들은 '해임 가결'과 '부결' 두 가지 버전의 기사를 준비하면서도 '부결 기사'를 주로 작업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문진 회의가 아직 종료되지도 않은 11시 40분경, 내부 회의실에 있는 몇몇 이사들이 기자 또는 지인에게 '해임안 가결' 문자를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곧바로 기자들은 '해임가결'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방문진 최창영 사무처장(오전 11시 58분)과 최강욱 이사(오후 12시 6분)는 연달아 브리핑을 열어 찬성 5표, 반대 4표로 해임안이 가결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다음은 최강욱 이사가 밝힌 비공개 회의 내용과 별도 취재 등을 토대로 '김재철 해임 이사회' 진행 상황을 시간대별로 구성한 것이다.

오전 9시 6분)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방문진 도착. "(회의에) 나가서 이야기하겠다"며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소방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장에 들어감.

9시 28분) 김재철 MBC 사장, 방문진 도착.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으며, 경호원들을 동원해 기자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내침.

9시 41분) 방문진 회의 시작함. 김광동, 최강욱 이사가 해임안 안건에 대해 설명함.

9시 49분) 김재철 해임안 상정됨. 일부 이사가 2명의 이사 설명에 대해 의견 표명.

10시 6분) 김재철 사장 방문진 회의 참석.

10시 11분) 김재철 사장 소명 발언 시작. 김재철 사장 소명 내용은 다음과 같음.

"소란스럽게 만들어서 죄송하다. 잘못했다. 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은 인정한다. 25일 인사안을 사내 인트라넷에서 내렸다. 22일 이사장을 만났었는데, 양해를 받고 동의를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협의를 거쳐서 절차를 진행하겠다. 주총 일정을 변경한 안을 가져와 봤다.(이사들에게 서면을 돌림)

긴급이사회가 소집돼서 논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제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방문진의 권한으로부터 임명된 사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에 쫓겨서 날짜를 지키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실수가 있었다. 거듭 사과드린다. 본사 주총을 지역 주총보다 먼저 잡은 것도 잘못이었다.

인사가 늦어지니까 청탁전화에 시달렸고, 금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해서 그런지 더욱 (청탁전화가) 극심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기회를 주신다면 남은 기간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근 MBC 시청률도 올랐다."(발언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이사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함)

이사들 곧바로 김재철 사장에게 질문함.

한 여당 이사는 "(김 사장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주총 일정이 뒤집혀서 (촉박했기 때문에) 먼저 내정했다는 것도, (본인이 낸 안이) 그대로 방문진에서 통과되리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함.

다른 여당 이사도 "일부 신문에서는 여당 이사들의 인사청탁이 거부당해서 해임안이 상정됐다고까지 보도하더라. 갖은 비난과 오해에도 MBC를 노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사장의 입장을 존중해 왔었는데 황당하다"며 "두 가지만 묻는다. 인사안을 고집할 것인가? 그리고 백종문, 안광환은 방문진이 MBC 이사로 선임해 줬는데,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이번 인사안에 포함됐다. 2명은 이번 인사에 포함해선 안 된다. 이를 수용하겠는가?"라고 물음.(김재철 사장,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대답함)

이 밖에 "그간 방문진이 요구했던 경위서를 갖고 왔는가?" "사장은 MBC를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었는가?" "김문환 이사장에게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던데 고의였나, 실수였나?" "해임안이 상정된 후 iMBC 주식이 뛰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이사들의 청탁이 거부돼서 해임안이 상정됐다는 것은, 사장 측에서 퍼뜨린 마타도어가 아닌가?" "방문진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데 귀찮게 한다'는 말을 진짜로 한 적이 있느냐"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들에게 전화를 돌렸느냐?"는 질문이 있었음.

(김 사장 이사회를 앞두고 이사들에게 전화를 돌렸느냐는 질문에 "몇분과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답변함)

11시 2분) 회의 정회. 김재철 사장, 돌아감.

11시 15분) 회의 속개해서 토론 진행. 박천일 이사는 "김 사장이 잘못을 인정했으니 기회를 다시 주자"며 해임 반대함. 그러나 김충일, 권미혁 이사는 "이미 중차대한 사안이고, 더 미루면 책임 방기다"라며 해임 찬성. 중간에 한 이사가 "김 사장이 스스로 사임할 기회를 주자"고 했으나, 표결에 부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짐.

11시 30분) 9명 이사 전원, 1명씩 돌아가며 무기명 투표 시작.

11시 34분) 투표 종료. 고영주 감사 개표결과 찬성 5:반대 4로 가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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