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17일 5개 부처 장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차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 대책에는 △화물차 물량감소 △LNG 화물차 보급, 개조비용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확대 △표준운임제 연구용역 착수 △다단계 근절 및 지입제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연대 요구 부분에 대해 "노동기본권 보장과 표준운임제 법제화 및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인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으며, 화물연대와 정부가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만큼 파업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방송3사는 메인뉴스를 통해 정부의 화물차 지원 대책을 주요하게 전하며 동시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세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면서 정부 대책이 갖는 실효성과 한계를 지적하는데 미흡했다.

방송3사는 그간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된 이래로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나아가 화물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를 보도해 왔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화물연대의 파업 배경과 원인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짚었다. '파업'이 담고 있는 부정적 측면에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송3사 보도의 한계가 드러난 부분이다.

KBS· MBC, 정부의 화물차 지원 대책, 고스란히 전해

▲ 6월 17일 KBS <뉴스9>.
먼저 17일 KBS <뉴스9>는 '추가 요구 수용 불가'에서 "정부가 화물차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화물연대의 추가 요구사항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정부 대책만을 보도했다.

KBS는 이어 정부 대책에 반발하는 화물연대의 입장 "저희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조직을 정비해 투쟁해 나가겠다"를 전한 뒤 "정부와 화물연대 양측 모두 일단 대화창구는 계속 열어두겠다고 했지만 양보없는 힘겨루기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화물차 사들인다"를 통해 "정부가 화물 연대에 대해 지원책과 강경 방안을 함께 내놨다"며 "정부는 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불법행위,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어 정부 지원 대책을 전하면서 "정부는 화물연대와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내놓은 셈"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SBS, 정부 대책 한계점 지적하며 '실효성' 문제 제기

▲ 6월 17일 MBC <뉴스데스크>.
KBS와 MBC가 정부의 화물차 지원 대책만을 고스란히 전하며 화물연대의 반발 반응만을 덧붙인 것과는 달리 SBS <8뉴스>는 '화물차 매입'에서 정부의 입장을 전한 뒤 이어진 리포트를 통해 정부 대책이 담고 있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SBS는 '반발‥ 타결 역부족'에서 "정부 대책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돼 있다"며 "화물차를 정부가 사주겠다는 게 대표적인 건데,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당장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는 이어 화물차 공급 과잉이 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결국 여러 단계의 하청을 통해 생계형 파업을 불러왔음을 지적하며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처방을 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차량을 줄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SBS는 '실효성'을 문제로 지적하며 "최고 5천만 원인 보상금액이 한대에 1억이 넘는 화물차 가격에 비해 낮아 차주들이 선뜻 응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며 "2만여 대나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3천6백여 대를 줄인다고 효과를 볼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표준요율제의 즉시 시행 뿐 아니라 처벌규정까지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연구용역을 거쳐야 한다며 한발 뺐고 민감한 운임료 인상도 화주와 화물연대 간의 자율적 협상에 맡겨버렸다는 것이다.

SBS는 이를 두고 "결국 정부 대책이 장기적인 지원책은 될 수 있지만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 사항들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라면서 "협상 타결에 열쇠가 될 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 13일부터 화물연대 생계유지형 파업, 다단계식 운임체계 등을 주요하게 다루며 파업 배경을 설명했고 MBC도 파업 쟁점과 정부대책, 화물 다단계 구조, 표준오율제 등을 언급하며 파업 원인을 전했다. 이와는 달리 17일 정부 대책의 한계점을 잘 지적한 SBS는 정작 그간 화물연대 파업 원인과 배경 분석에는 소홀했다.

▲ 6월 17일 SBS <8뉴스>.
방송3사, 파업 피해규모 상세보도하면서 화물 노동자들 주장 소홀히 다뤄

그간 방송3사가 화물연대 파업 피해 상황을 보도한 리포트를 살펴보면 '물류대란' '물류마비' '피해 눈덩이' '물류혈관 꽉 막혀' '물류대란의 늪' '마비' 등의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방송3사가 지적한 것처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와 파급효과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노동자' 권리를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 채 피해 상황만을 주목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맹목적으로 파업에 긍정하는 보도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파업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만큼만,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주장을 보도하는 게 '공정성' 측면에도 맞다. 물류 대란의 심각성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화물 노동자들의 개개인의 삶도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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