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지역MBC 임원급 자리에 측근들을 대거 투하하면서, 지역MBC는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다만,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26일 오전 처리돼 인사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만큼 당장 행동에 나서기 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재철 MBC 사장 ⓒ뉴스1

김재철 MBC 사장은 22일 저녁 지역MBC 18개 회사 가운데 부산, 춘천 등 8개 회사 임원급 자리에 측근들을 대거 내정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의 협의를 생략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더러, 그동안 MBC의 공정성을 망가뜨리는 데 일조했던 문제적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방문진은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인사 무효' 입장을 결정했으며, 26일 오전 9시에 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야당 이사 3명 외에 김광동, 김용철, 차기환 등 여당 이사 3명까지 '김재철 해임'에 찬성하고 나서, 해임안 통과의 가능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역MBC 측은 '김재철 표 낙하산' 투하에 격분하면서도, 일단 26일 오전 김재철 해임안 통과 여부에 주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자사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됐던 부산MBC 측은 오늘(25일) 오후 6시 전사원 총회를 개최한다. 사장 선임 문제를 놓고, 전사원 총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도의 사장 공모 절차도 없이 백종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 부산MBC 사장으로 내정된 것에 대한 부산MBC 구성원들의 '분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홍식 부산MBC 노조위원장은 25일 "방문진이 이번 인사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고, 만약 이대로 낙하산 사장이 내려온다면 어떠한 희생을 치러서라도 막아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서울MBC가 좌지우지하는) 부산MBC 소유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식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에 대해 "지역MBC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지난해 9월에는 지역MBC 정관개정을 통해 지역MBC 사장 권한을 제한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낙하산 사장까지 내려보냈다"며 "그동안 부산MBC는 군사독재정권 시절 강제로 사장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회사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권한이 인정됐었는데 김재철 사장은 노조 뿐만 아니라 지역MBC의 자율성을 모두 무력화시키려 한다. 사장 지원자도 받지 않는 등 절차적 흠결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지역MBC 대표이사 동의 없이도 서울MBC에서 임명한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안건 의결이 가능해 지도록 지역MBC 정관이 개정돼, '서울MBC의 지역MBC 직접 통제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춘천MBC 역시 김미화씨 라디오 하차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 경질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이 사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정우성 춘천MBC노조위원장은 25일 "공정방송에 특히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역MBC에 내려와서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며 26일 김재철 해임안 통과 여부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역MBC 관계자 역시 "방문진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통과된다면 인사가 무효로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고 있다"고 전했다.

김한광 MBC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있고, 의도 자체도 '지역사 장악'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통과 여부에 따라, 대응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26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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