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방송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고사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이 살벌한 고사에 매달리는 이유는 ‘사사로운 정’과 ‘엄정한 기강’ 사이에서 MBC <무한도전>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0월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거듭 얘기하기엔 이젠 입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다시 동어반복을 시작한다. ‘정준하 사건’은 도덕적 불법적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 방송을 통해 너무 많이 얘기했기에 정준하의 술집 경영은 기정사실이 됐다. 경영에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한 그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세금탈루는 분명 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해당 관공서에서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음이 의아할 따름이다. 방송사의 태도도 이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MBC의 의사결정론자는 정준하를 믿기에 <무한도전> 하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준하를 믿는다’는 말은 앞서 지적한 ‘사사로운 정’이다. 누구든 MBC를 민영방송이라 말하지 않기에 방송의 공공재적 특성상 ‘엄정한 기강’은 필연이다. 세금탈루는 불법적 행위고, 술집 관련한 정준하의 거짓말은 최소한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놓고 볼 때 이 문제의 해답은 명확하다. 그러나 차일피일 결정은 미뤄졌고, 유야무야 문제는 덮어지고 있다.

방송 일각에서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열성에 차마 칼을 빼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집에도 못가고 방송사 내부에서 쪽잠을 자는 동료의 열성에 침을 뱉는 행위를 할 수 없음도 이해한다. 제작진 역시 최고 시청률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정준하의 역할을 잊지 못할 것이다. 제작진에게 정준하라는 존재는 고마운 사람이고 듬직한 원군이다. 부인하지는 않겠다.

▲ 지난 10월6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시청자라고 다를 리 없다. ‘훈남’ 정준하의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었다. 방송은 이미지를 가려 시청자의 눈을 현혹했고, 그 이미지는 이 나라의 도덕적 잣대를 흔들어 놓았다. 거짓말을 위한 기자회견이 들통나자, 또다시 기자회견을 벌이는 기상천외한 일이 있었음에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려만 한다. ‘무한도전’ 열광하는 일부 맹렬 팬들은 옳지 않은 일을 마치 옳은 양 선동하고 있다. 어느 하나 ‘정도’(正道)는 없다. 이 단어에 뜨끔할 분들이 MBC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분들이 생각하기엔 그 ‘정도’(程度)면 그만이란 것으로 보인다.

다시 읍참마속이다. 시계는 21세기보다 ‘후진적인’ 중국의 삼국시대로 넘어간다. 장소는 유비가 창업한 촉(蜀)나라다. 유비의 유언에 따라 삼국 평정을 도모하던 승상 제갈공명은 가정싸움에서 명령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다 패전한 부장 마속을 앞에 섰다. 마속은 공명과 막역한 사이로 이전 적지 않은 공을 세워 칭송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공명은 친분과 공적에도 그의 목을 베어 전군의 본보기로 삼았다.

‘선진적인’ 21세기, 장소는 대한민국의 여의도 MBC다. 시청률 최고봉을 이룬 <무한도전>에 악재가 드리웠다. 시청자를 기망하고 술집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훈남’ 정준하 앞에 공명정대한 MBC 의사결정론자들이 섰다. 이 분들 역시 그간 ‘무한도전’을 펼친 정준하의 공적을 칭송해 왔다. 그러나 그 뿐이다. 이들은 정준하와 부둥켜안고 읍소한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 남긴 말은,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다. 읍참마속은 읍소준하가 됐다.

이제 속이 까맣게 탔을 제작진에게 충언한다. <무한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가끔 헛발을 딛고, 혹은 아닌 길로 들어섰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와 도전에 나서는 것이 ‘무한도전’의 정신이 아닐까. 그 길이 아닌데, 우기는 것은 ‘무한배짱’ 일 뿐이다. 정준하 역시 두려움에 벌였을 거짓말 릴레이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된 듯하다. 그리고 다시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돌아온 훈남’의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떨까.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