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의 무대였습니다. 무대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고, 노래를 마친 참가자의 눈물에 보는 이의 눈시울도 젖었습니다. 모처럼만에 받은 음악을 통한 힐링이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아니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목소리 치유법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방송되었던 ‘보이스코리아2’에서 유다은과 이시몬의 배틀오디션은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5주 연속 시청률 1위를 비롯, 최고의 순간 시청률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지요.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고스란히 담아낸 무대로, 대중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명승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예선 때 올턴을 기록한 올턴녀들이었습니다. 축복받은 재능을 지닌 이들이었고, 그 재능을 매끈하게 갈고 닦아 모든 코치들의 마음을 움직여, 마침내 그들의 의자를 모조리 돌려 버리고 말았죠. 유다은은 파워풀한 고음으로, 이시몬은 감성의 허스키 보이스로 본인들이 가장 소화해낼 수 있는 노래를 불러 듣는 이들을 감동케 했는데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선에 오른 이들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웬만한 기성 가수들의 실력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재간꾼들이었죠. 사실 그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급 참가자들입니다. 유다은은 한상원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시몬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를 맡고 있으니까요. 누구의 지적을 받는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어색할 뿐입니다.

백지영은 그런 그들을 첫 번째 배틀오디션의 무대에 서게 합니다. 다른 코치들은 무리수라 했고, 미쳤다고 했으며, 무모한 시도라며 비난 아닌 비난을 쏘아댔지요. 이렇게 실력이 출중한 두 명의 참가자들을 굳이 처음부터 맞붙게 해서 한 명을 떨어드릴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이 두 명 중 한 명이 이번 ‘보이스코리아2’의 우승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지켜본 그들의 무대는 한 치의 기대를 어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유다은의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은 스튜디오의 드넓은 공간을 집어삼키는 듯했고, 이시몬의 속이 꽉 찬 중저음과 절규에 가까운 애드립은 관중과 코치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말았죠. 신중현의 ‘봄비’로 하나가 된 그들은 결국 무대를 지켜본 모든 이들을 기립하게 만들었고, 특히나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격하게 박수를 치는 백지영의 환호성을 이끌어내고 말았습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시몬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눈물과는 사뭇 다른 듯했습니다. 긴장해서도 아니었고, 노래를 망쳐서도 아니었죠. 노래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자신의 혼을 다해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고,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감격과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약간의 허탈함이 섞인 눈물인 듯했습니다.

누가 더 잘하고 못했느냐를 따질 수 없는, 평가의 기준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민망스러울 수도 있는 무대였습니다. 누가 선택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과는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이미 유다은과 이시몬은 진정한 승리자였습니다. 경쟁 속에서도 이렇게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말입니다.

아마 이들 중 한 명은 백지영의 품으로, 그리고 선택받지 못한 한 명은 스카우트 제도에 의해 다른 코치의 팀으로 합류하게 될 듯합니다. 어쩌면 이번 배틀오디션은 백지영의 꼼수였을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해서 둘을 갈라놓아야만 마지막 결승전의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커질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즌1때보다는 시즌2에 관심이 덜해지고, 시즌2보다는 시즌3이 주목을 덜 받게 됩니다. 더욱 막강해졌다고 연신 광고를 해대지만 막상 그 전 시즌에 비해서 나아진 것이 없고, 상금을 늘리고 스케일을 크게 벌여 놓긴 하지만, ‘텅’하고 비어있는 소리가 큼지막하게 울릴 뿐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중은 시즌1의 우승자만을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곤 하지요.

그런데 ‘보이스코리아2’는 시즌1을 그리워하도록 내버려두질 않네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아니 시즌1보다도 더 탁월한 실력을 지닌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이스코리아2’는 유다은, 이시몬보다 더 강력한 감동의 배틀오디션을 선보일 테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롤이라 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보이스코리아’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 놓고 있습니다.

차이는 오직 하나! 본질에 충실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의 본질은 노래를 잘하는 이들을 찾아내고, 또 그들만의 리그로 꾸미는 것이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대중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얻고자 하는 것 또한 숨겨진 옥석과 그들의 신들린 무대가 뿜어내는 놀라움과 감동이죠. 우승자들이 가수가 되느냐 마느냐,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느냐, 못 얻느냐, 데뷔 앨범을 내느냐, 못 내느냐는 추후의 문제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을 놓고 봤을 때는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 화제거리라는 것이지요.

요즘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노래를 잘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드는 감동적인 무대를 신경 쓰기보다는, 아무리 들어도 모호하기만 한 ‘끼’와 ‘가능성’이라는 단어들의 남발과 협소한 팬덤만을 양산해내는 무대에만 열을 올리는 듯합니다. 결국 본질을 잃어버린 이러한 행보는 100미터 달리기 챔피언이 마라톤 레이스에 오른 것과 같은 형국을 연출할 뿐이지요.

‘보이스코리아’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모든 투자는 누가 들어도 인정할 수 있는 노래 잘하는 사람에게만 쏠려 있지요. 이 단순해 보이는 정체성 하나가 매 순간 시청자들을 잡아끌고, 시즌을 넘기면서도 열기를 더하게 만들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석을 보여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시켜 주는 것이겠죠. 결국 '보이스코리아2'는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벌이는 진검승부에서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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