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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이산'을 본다[강석봉의 믿거나 말거나] 스포츠칸 기자
강석봉 스포츠칸 기자 | 승인 2008.06.17 17:15

   
  ▲ MBC '이산' ⓒMBC  
 
그렇게 이산 정조는 우리와 작별을 고했다. 16일 77회를 대단원으로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이산>은 지난 2년간 문화계 전반에 신드롬으로 번진 정조 열풍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산 정조는 제 17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화두가 됐다. <주몽>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 사극 열풍을 이끈 장군들의 검무는 대선이 가까와 질수록 궁궐을 중심으로 한 권력 암투의 군주드라마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 중심에 드라마 <이산>이 있었고, 스포트라이트는 정조에 집중됐다.

KBS1 TV 드라마 <용의 눈물>은 15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대선 주자들은 드라마 속 군주의 이미지를 차용하려 애를 썼다. 왕권을 잡기 위한 태종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는 대선 주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2년 KBS1 TV <제국의 아침>도 마찬가지다. 16대 대선과 맞물린 이 드라마는 고려 제4대 왕 광종을 다뤘다. 치열한 왕권 경쟁과 왕권 강화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당시 정권 창출 과정을 TV에 옮겨놓은 듯 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1세기에 돌아본 정조는 알다시피 조선조 제22대 왕이다. 영조의 손자로 전제 개혁·규장각 제도 시행 등 개혁 군주로의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에 문화적 르네상스를 이룬 18세기의 로맨틱 군주는 드라마 소재로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었을 게다.

드라마 '이산' 이외에도 정조를 다룬 드라마가 봇물을 이뤘다. KBS2 TV <한성별곡-正>은 정조 시대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퓨전 사극이다. 이 드라마에서 정조는 도읍지 천도 등 개혁정치로 기울어가는 국운을 되살리려는 외로운 군주로 나온다. 채널CGV도 <8일>이란 제목의 정조 드라마를 방송했다. 케이블TV 드라마로는 대작의 범주에 들어가는 4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소설 <원행>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선 정조가 벌인 8일간의 화성 원행(왕이 궁궐 밖으로 길을 떠나는 것)을 배경으로 개혁파와 수구파의 대립을 묘사했다.

정조를 연기한 배우들의 3인3색 캐릭터도 관심거리였다. <한성별곡-正>에서는 안내상이, <이산>에서는 이서진이, <8일>에서는 김상중이 200여년 전 정조를 오늘날에 되살렸다.

사실, 드라마의 정조 트렌드는 문화 전반의 신드롬에 힘입은 바 크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난 5월 경희궁 숭전전 앞에서는 최초의 고궁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졌다. 출판계의 움직임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정조의 시대라 할 수 있는 18세기를 다룬 책이 최근 몇년간 매해 40여 권씩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적인 르네상스의 시기라는 이 당시는, 학문 음악 건축 미술 등에서 역사적인 업적이 두루 발전한 시기였다. 결국 '이산'은 문화 트렌드와 정치 지형변화를 감지해 체화한 드라마였던 셈이다.

   
  ▲ 지난 13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송선영  
 
그러나 정조에 대한 열망은 현실 정치와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굳이 이산에게서 오늘의 모습을 찾으라고 하면 그 예가 없지도 않다. 어린 시절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이산은 그 뒤주를 두드리며 "할바마마(영조)! 아버지를 살려주소서"라 목놓아 울부짖었을 게다. 새파란 어린 것이 세상을 뭐 안다고 그리도 절절히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을까. 그러나 이산의 희망 사항은 뒤주를 덮고 세상의 문과 소통을 단절시킨 망치 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때처럼 어린 학생들은 2008년 광화문 네거리에서 촛불을 들었고, 세상을 향해 그러면 안된다고 외쳤다. '소통'보다는 '소유통'에 관심을 쏟은 그들은 컨테이너로 그들의 발길을 막았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을 막을 수 없었다. 여전히 촛불을 매일 저녁 대한민국을 지키는 불빛이 되어 피어 오른다. 이를 돌려보면 수많은 이산이 개혁군주 정조로 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 <이산>을 막을 내렸지만, 현실 속 '이산'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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