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이사장 유재천)가 이사회 관련 KBS <뉴스9>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이일화 보도본부장의 인책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한데 대해 KBS 기자들이 17일 오후 이사회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KBS 기자협회(회장 김현석) 소속 기자 2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신관 5층 이사실 앞에서 "시대착오적 월권 행위, 부당한 보도간섭을 즉각 중지하라" "뉴스보도 불만이면 언론중재위 찾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시간 동안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17일 오후 KBS 임시이사회가 예정된 신관 5층 이사실 앞에서 이사회의 부당한 보도간섭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정은
KBS 이사회는 신태섭 이사의 사퇴 압력과 KBS 경영평가 보고서 관련 내용을 다룬 <뉴스9> 리포트가 사실과 다른 '오보'라며 이일화 보도본부장에 대한 인책을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정치적인 월권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경영에 관한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편성이나 보도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친한나라당 성향의 일부 이사들이 "보도본부장에 대한 해임 권고를 요청하겠다"며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져 KBS 이사회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이날 피켓시위에 나선 기자들은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이 회의실로 입장할 때마다 "KBS 이사회가 한나라당 이사회냐, 일부 이사들의 정파성에 신물난다"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17일 오후 KBS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신관 5층 이사실 앞에서 부당한 보도간섭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춘호 이사와 방석호 이사가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서정은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17일 이사회의 부당한 보도간섭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자 권혁부 이사(사진 가운데)는 기자들을 향해 "이게 뭣하는 짓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정은
이와 관련해 보도본부장 해임 권고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혁부 이사는 "한나라당 추천 이사 국민들이 지켜본다. 똑바로 하시라"는 기자들의 항의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감정적인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임시이사회는 유재천 이사장을 포함한 10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들의 피켓 시위가 끝난 오후 3시 30분부터 회의를 시작했다. 안건은 '이사회 관련 9시뉴스 인책에 관한 건'과 '이사에 대한 사퇴 압력의 건' 등 두 건이다.

▲ 17일 오후 "이사회의 월권행위, 부당한 보도간섭을 중단하라"며 항의하는 KBS 기자들을 바라보며 임시이사회 장으로 입장하는 유재천 KBS 이사장 ⓒ서정은
한편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언론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KBS 이사회의 '정치적' 월권행위와 부당한 보도 간섭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경호)는 17일 'KBS 이사회는 법적 근거 없는 보도 간섭을 포기하라'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KBS 이사회의 월권 행위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의 일환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KBS 이사회가 만약 보도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의결을 한다면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가 나왔으니 보도본부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노골적인 압박과 월권 행위는 정치적 노선을 앞세운 일부 이사들의 정치적 행위 때문"이라며 "보도본부장 인책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게 된다면 우리는 KBS 이사회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제 역할을 찾아주기 위한 대대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김영호)도 같은 날 성명에서 "이사회의 왜곡보도 주장의 근거 자체도 납득할 수 없지만 보도본부장 문책 운운하는 이사회의 월권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공영방송의 이사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치 이사'들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고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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