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요예능이 모처럼 기지개를 폈습니다. ‘아빠! 어디가?’는 이미 코너별 시청률에서 일요예능의 정상에 섰으며 화제성에서는 그 이상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2년 전 신드롬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나가수가 짧은 절정의 순간을 누리다 이내 침체에 빠졌던 경험을 상기했을 때, ‘아빠! 어디가?’의 제작진도 정상에 선 지금 어떻게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실 ‘아빠! 어디가?’의 기획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1박2일과 붕어빵을 대충 섞어 놓은 아류작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아이의 순수성이 제대로 발휘되며 전혀 신선한 예능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프로그램의 기획 특성상 부모세대가 주 시청층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미혼 여성을 비롯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누리는, 말 그대로 국민 예능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아빠! 어디가?’ 최고의 스타 윤후의 경우, 그 관심도면에선 웬만한 스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윤후의 어록은 물론 윤후의 먹방이 유행하더니 광고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윤후의 광고촬영장 분위기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윤후 엄마의 미니홈피 속 사진, 윤후 아빠 지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새로 입학한 윤후의 초등학교 급식 사진까지 매일 매일 윤후의 기사들이 뉴스의 한편을 채우고 있습니다.
급기야 어제는 윤후 엄마가 미니홈피 사진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글을 썼다가, 자신의 사진이 또 다시 언론에 노출되자 스스로 삭제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티 없이 순수한 윤후에게 건네진 뜨거운 애정이 윤후의 순수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요. 그만큼 윤후에 대한 관심은 너무 과도해졌습니다. 학교 홈페이지 사진을 퍼다나르고, 미니 홈피 속 사진을 구경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고... 이제 윤후는 거리에서, 촬영과정에서, 일반인 앞에 섰을 때 온전히 보통 아이로 남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시선 속에서 아이들의 의식과 행동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 제주도 방송에서는 버스 정류장과 버스 안에서 그를 반갑게 알아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그 숱한 시선과 환호를 8살 윤후는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윤후는 여전한 모습으로 '감자탕님~', '몇만 원이에요?'라고 자연스레 물어볼 엄두가 날까요.
이들의 이미지가 방송 외적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거리에서 일반인의 환호에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아빠! 어디가?'에서 평범한 아이들을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사랑했던 그 모습이 사람들의 사랑으로 인해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에 처했습니다. '애정의 아이러니'는 이런 경우에도 유효한가 봅니다. 이미 국민적 관심을 받아 버린 윤후이기에 그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몫 역시 시청자일 수밖에 없겠지요.
Written by 비춤, 운영중인 블로그 : http://willism.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