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달라고 하면 내줘서 걱정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최종 타결에서는 조금 달랐다. 새누리당이 내달라는 것을 줬지만 안전장치라는 것을 만들었다. 묻고 따지지 않고 내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좀 다르다. 새누리당이 안전장치마저 내달라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고집이라고 볼 수도 없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전 동의 문제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방통위 사전 동의 문제를 양보할지 걱정이다.

▲ 국회 운영위원장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논의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새누리당은 케이블TV SO,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대한 변경 허가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정부조직법 처리가 난항이다. 민주당이 양보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며 정부조직법 논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방송사업자 밖에 관심이 없겠지만 방송 관련 규제에는 허가·재허가·변경허가라는 사전규제가 있다. 일반인들은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없지만 방송사업자에게 무척 중요한 문제다.

유료방송 허가·재허가의 경우, 방통위 사전 동의는 여야 이견의 대상이 아니다. 변경 허가가 문제인데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변경허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게 아닌 것을 왜 방통위 사전 동의에서 제외하려고 그 난리인지,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변경허가가 중요하지 않다면 새누리당이 양보하면 되는 문제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갖춰지는 것 아닌가.

문제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공정성에 있어 변경허가는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변경 허가는 소유규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식 변동 사항 등을 규제하고 있다. 변경 허가와 무분별한 인수합병은 상황에 따라 동전의 양면이라는 얘기다.

방통위의 사전 동의 없는 미창부의 변경 허가는 무분별한 인수합병과 유료방송시장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어질 수 있다’라기보다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그게 아니라면 새누리당이 이처럼 목멜 필요가 없지 않은가.

새누리당·민주당 모두 여야 합의 정신에 따른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적어도 새누리당이 말하는 합의 정신에 따른 해석이란 어디까지나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 허가 재허가에 대한 방통위 사전 동의는 되는데 변경허가는 중요하지 않아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기이며 말 장난질이다.

새누리당이 한편에서 지상파방송 최종 허가권이 미창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변경허가를 얻기 위한 술수로 판단된다. 민주당에게 둘을 던져 하나를 얻으려는 술수다.

새누리당이 물러서는 게 이치에 합당하다. 물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이 새누리당이 내달라는 것을 덜컥 내줄 것 같아 걱정이다. 방통위 사전 동의를 내주면 민주당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 밖에 안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