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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패러다임 갇힌 언론과 정치권이 문제"[인터뷰] 'KBS 수호' 촛불집회 참석한 최문순 의원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6.17 09:42

"우리들이 하던 일을 시민들이 하고 있으니 함께 하려고 나왔습니다. 이 분들의 구호와 논리, 발언을 들으면서 참 대단하다고 느껴요. 언론 종사자들보다 훨씬 정치의식이 높고 사태를 정확하게 보고 있습니다."

16일 KBS 본관 앞 '공영방송 수호' 촛불집회에서 수백명의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밝힌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요즘 성명서를 쓰고 집회에 나오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직접 들은지 3일째 되는 날이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에 귀를 기울이던 최 의원은 "기존 언론, 정치권, 청와대, 그리고 시민단체와 노조까지도 과거 패러다임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습성이 있다"며 "지금은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달라지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 일답.

   
  ▲ 16일 KBS 본관 앞 촛불집회에 참석한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 ⓒ서정은  
 
-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난 소감은.

"두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언론운동을 하던 우리가 20년을 해도 잘 안되던 것이 한달 사이에 한꺼번에 이뤄지고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기쁘고 놀랍다. 반면에 언론인들이 해야할 일을 외부에 맡기는 것은 아닌가, 언론현업인들이 오히려 언론독립의 문제들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와 안타까움도 있다."

- 왜 시민들이 여의도로 향했을까.

"쇠고기 문제에 항의하다 보니 그 문제를 다루는 언론의 문제, 언론의 태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언론으로 옮겨온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 언론 문제가 숨어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각성했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아무리 말해도 확산이 잘 안됐는데 저절로 학습이 된 것 같다. 이 학습은 몸으로 한 것이라 다시 퇴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의미가 크다. 기성 언론이 더 각성해야 할 것이다."

- 지금의 촛불 흐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흐름이고 집단지성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서 동력이 떨어지고 흩어지고 중구난방 같지만 또 집결될 필요가 있으면 자동으로 집결되고 강도를 높이고 자율조절이 되더라. 인위적 개입은 안된다."

-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를 보면 현안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놀라운 힘이다. 예전에는 국민들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 많이 모르고 그 위원장이 누군지는 더욱 몰랐다. 방송사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다. 10~20% 정도나 관심을 둘까. 그런데 이번 촛불집회 구호를 보니 언론 관련 사태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더라. 사실과 진실을 기초로 해서 행동하기 때문에 그 힘이 더 강하다. 그 바탕에 인터넷과 개인미디어가 있다.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여전히 KBS와 MBC를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민들과의 결정적인 괴리다. 기존 언론, 정치권, 청와대, 그리고 시민단체와 노조까지도 과거 패러다임 속에 갇혀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고 큰 충돌이 있을 것이다. 아주 크거나 긴 싸움이 될 것이다."

-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시중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방송으로 내려오는 정치 통로, 정치 주체다. 최 위원장이 정치 행위를 계속 한다면 KBS 이사회, MBC 대주주인 방문진, KBS 사장 문제 등에 있어 정치적인 행동을 막을 방법이 없다. 맨 꼭대기부터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다."

- '최시중 탄핵소추'를 국회에 청원하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라 위원장의 탄핵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로 넘어오면 우리가 발의를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건이다. 299명 중 100명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은 81명이다. 상당한 압박을 통해 한나라당의 일부가 가담해야 가능하다. 밖에서 많이 압력을 넣어주시길 바란다. 민주당에서도 탄핵의 전 단계로 '최시중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 서명을 받거나 관련 토론회, 고발 등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야 4당이 공조하는 규탄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언제까지 이렇게 '무리수'를 둘 수 있을까.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양휘부씨도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결국 임명하지 않았나. KBS 정연주 사장은 17일 검찰 소환한다고 하고 보도본부장은 이사회에서 해임권고안이 논의된다고 한다. 원래 보도이사는 사장도 간섭 못한다. 소유와 경영, 편집과 경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보도와 편집을 간섭한다? 또 KBS 사장에게 사퇴를 권고한다? 모두 월권이다. 일사분란한 어떤 '통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들의 세계관은 KBS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볼 때 상식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결코 아니다."

- 일반 시민들의 KBS 노조에 대한 비판과 불만, 우려의 시선이 상당하다. '어용노조'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KBS 노조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빗대어 보자면 지금 부부 싸움을 하는데 강도가 들어온 형국 아닌가. 그러면 강도부터 몰아내고 부부싸움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노사 문제는 사내 문제다. 작은 문제다. 그러나 언론과 권력의 문제는 더 큰 문제고 본질적인 문제다. 언론과 권력의 문제는 언론자유가 핵심인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노사문제는 비본질적이고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언론자유는 영원한 주제이지만 정연주 사장은 내년이면 임기 마치고 갈 사람이다. 사안의 경중과 성격을 구별 못하고 있다. 가장 높은 가치와 하위 가치를 혼동하고 있다.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싸우던 배우자가 밉다고 강도한테 데려가라 내주는 꼴이다."

- KBS 정연주 사장 문제는 어떻게 될까.

"최근 김홍 부사장이 그만 뒀는데 정 사장 주변까지 얼마나 압력을 넣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KBS를 이렇게 지키고 있다. 정 사장은 이제 물러날 수도 없게 됐다. 버텨야 한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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