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금기를 깬 사건은 언제나 당시 관점으로는 불법이었지만 결과는 역사의 진보로 이어졌다. 나라도 당연히 알렸을 것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오마이뉴스
정수장학회와 MBC의 '비밀회동'을 단독 보도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 대한 두번째 공판이 19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13일 최성진 기자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당시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대선을 앞두고 만나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 지분을 처분해 부산ㆍ경남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 등에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최성진 기자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봉창 검사가 "역사학자로서,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보도를 할 경우에도 역사적으로 올바르다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검사님한테 불리한 질문이 아닌가"라고 맞받으며 위와 같이 답했다.

한홍구 교수는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며 "소름이 쫙 돋았다"고 털어놓으며 "MBC 지분이 '사기매각' 되어 불법 선거자금으로 유입됐던 71년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법률적 문제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나 역시도 공공적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알렸을 것"이라며 "용기있는 소수자들이 그 사회의 기득권들이 쳐놓은 장벽을 깰 때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역사학자라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가 "지금 상황에서 MBC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 71년이 아닌데 오늘날의 상황에서 실현가능한 일인가"라고 묻자, 한홍구 교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홍구 교수는 "더 이상 사건이 진전되기 전에 차단됐기 때문에, 이 보도의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본다"며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내는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한홍구 교수는 부일장학회 강탈사건을 비롯한 정수장학회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진술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최성진 기자 측 변호인은 비밀회동의 당사자인 최필립 정수장학회 전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으나 검사 측은 완강히 거부했다.

이봉창 검사는 "통비법 위반 사안이기 때문에 통비법 위반 여부만 가리면 된다. 정수장학회의 역사, 재산처분 등은 이번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라며 "최필립, 이진숙을 법정에 부르는 것 자체가 그들에 대한 2차 피해이자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재판부는 26일 오전 11시 3차 공판에서 '비밀회동' 음성파일을 공개적으로 청취한 뒤 최필립 전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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