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촛불집회를 정례화해야 할까? 아니면 촛불집회라는 직접민주주의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그저 대의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까?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참여사회연구소, 경향신문 등이 주최하는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제1차 토론회가 열렸다.

▲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제1차 토론회에서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곽상아
토론에 참석한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촛불을 그 자체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거리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정당정치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예로 이번 촛불집회는 보수언론에 대해 정치권력이 지난 10년간 문제제기한 것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촛불집회를 정례화하자"

이 교수는 "거리의 정치가 갖는 해방적 기능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해서 정치행위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정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 한국 현대사에서 내려오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정치행동을 정치축제라는 형식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장집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운동만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불충분하다"며 "하나의 정책이슈를 운동의 방법만으로 해결하려 할때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가와 운동 간의 충돌로 일관하게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운동의 방법 만으로 이슈를 해결할 순 없어"

최 교수는 이어 "현실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 '대통령소환제'와 같은 방법은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번 촛불집회를 정치참여의 기반을 확대하는 동력으로 이용해 그동안 참여로부터 소외된 사회세력의 대표성을 넓히고 강화해야 한다. 참여의 폭과 변화는 결국 정책의 내용과 결과를 바꾸는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도 "촛불집회를 통해 발산되는 시민적 역동성은 한국 민주주의의 귀중한 자산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강력하게 만들어주지만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순 없다"고 동조했다.

김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고 참여민주주의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위상 확립이 필요하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소통이 회복돼야 한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법률·정책을 추진하려 할 때 시민과 협의하고, 타협하고,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국회의 개입없는 행정부의 단독질주가 이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었다. 조약 인준문제에 대한 국회의 승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정치적으로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있도록 여성운동·탈물질주의 등을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의 정당이 국회에 진입될 수 있어야 한다"며 "'거리의 정치'는 우리사회의 정치문화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큰데 지금과 같은 형태대로라면 다 불법이다. 집시법을 개정해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는 참여사회연구소, 경향신문 등이 주최하는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제1차 토론회가 열렸다 ⓒ곽상아
광우병대책회의가 발표한 '정권퇴진운동'에 대해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촛불의 주체들이 '무지개 연합'이라 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정권퇴진운동은 촛불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위험한 방향"이라며 "수위를 낮춰 정권에 고삐를 죄면서 중간매듭을 짓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민주주의 무기력할 때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 수행"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촛불집회가 갖는 의미와 성격, 성과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의 의미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라며 "민주주의 제도들이 무기력하고, 작동하지 않고,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촛불집회는 그 자리를 대신해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제도권 정치와 정당이 무력화됐을 때 시민사회의 의사를 결집하고 항의를 조직함으로써,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와 정책결정에 결정적 제약을 가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MB의 저돌적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 VS "2MB는 그런 원칙도 없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는 이번 촛불집회를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에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 시장은 개혁과 변화의 기제였으며 추진 세력도 민주화세력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는 폭력적이고 저돌적"이라고 강조했다.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는 참여사회연구소, 경향신문 등이 주최하는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제1차 토론회가 열렸다 ⓒ곽상아
하지만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나치게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찍었을 때부터 그의 정책적 경향성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그런 원칙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은 '원칙없음' '그때그때 달라요'"라며 "대운하 토목공사 시행, 물가 상승 통제, 정부 개입을 통한 성장전략 등을 미루어볼때 신자유주의 경제라기보다 오히려 관치경제라는 말이 더 설득력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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